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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단휴진 지속 '의정갈등' 최고조..환자들 불편 커진다

아직까지 현장서 큰 혼란 없는 상황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환자들 불안과 불편 커진다
의협 3대 요구조건 내걸어 정부 "비현실적"

의료계 집단휴진 지속 '의정갈등' 최고조..환자들 불편 커진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주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정부에 '의대 증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의료계가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추진에 반대하며 집단 휴진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의료계 집단 휴진에 따른 의료 현장의 대혼란은 아직까지는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인 18일 오후 4시 기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5379개소로 전체 3만6059개소 중 14.9%로 나타났다.

이날 의협은 정부에 3대 요구 조건을 수용할 것을 주장하면서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과학적인 수급 기구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을 의료계와 재논의하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쟁점 논의 사항을 의료계와 별도로 논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집단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정부가 전공의를 향한 행정처분 취소, 사태 해결 관련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휴진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의 집단 휴진 투쟁이 현실화됐지만 아직까지 의료 현장에서 의료대란 수준의 큰 혼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대의대 소속 교수들은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고,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의대 교수들은 오는 7월 4일부터 1주일간 휴진을 결의했다.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와 삼성서울병원 등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내부에서 무기한 휴진 여부를 각각 고민하고 있어 이들도 휴진에 나설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집단 휴진을 하면서도 응급이나 중증환자, 희귀질환자에 대한 진료는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경증이라고 해도 본인의 겪는 고통은 크고, 또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없을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집단 휴진을 통한 대정부 투쟁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집단 휴진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가 크고, 애초 국민 여론은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지지하지 않았다. 또 개원의들이 집단 휴진에 참여할 경우 수익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불법 휴진이 최종 확정된 의원급 의료기관들에 대해 의사 면허를 정지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집행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의협을 진료거부 강요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환자 피해가 확인되면 고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의협이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향상이라는 사회적 책무에 위배되는 행동을 벌이고 의료 이용에 불편을 초래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법인 해산도 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증원 절차가 최종 확정된 만큼 의료계의 의대 증원 재조정 요청은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의료계의 집단 휴진 투쟁에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책무가 있는 만큼, 환자를 저버린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 필수의료를 바로 세우고, 의료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의료개혁에 흔들림 없이 매진해 나가겠다"며 의료개혁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의협은 진료거부 강요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의 의협 현장 조사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의료계의 자율적이고 정당한 의사 표현을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