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9년만에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4년 만의 북한 방문과 시기가 겹치며 관심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격상에 합의하는 와중 북러의 우방국인 중국이 우리나라와 고위급 논의를 한 것이라서다.
다만 중국 측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이라는 기존입장,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선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언급만 내놓은 탓에, 북러 밀착을 두고 의견차를 보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중국의 말보단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한중 교류 상황을 보면 중국이 북러 밀착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으로 읽혀서다.
푸틴 방북 와중 中 고위직 방한, 불편한 기색 드러낸 것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북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질문에 “외교적 수사는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한 국가의 의도를 확인하려면 말보단 행동을 보는 게 좋다”며 구체적으로 △한중 외교안보대화 일자 변동이 없었다는 점 △중국 장쑤성 당서기가 이날 방한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외교가에 따르면 통상 우방국들은 중요한 외교행사를 치르기 전에 서로 사전통보를 하는 게 외교적 관례이다. 때문에 중국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북러정상회담 개최 예정을 사전에 인지했을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겹치는 시기에 열리는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와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 방한 일정을 변경하지 않은 건 북러에 견제구를 날리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방한한 중국 인사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중 외교안보대화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은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차관급이고, 신창싱 당서기의 경우 중국에서 2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장쑤성의 대표라 영향력이 상당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북중 이상기류.."한중 대화, 거리감 더 키워"
중국이 한국과 손을 잡으면서까지 북러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배경에는 최근 북중 간의 이상기류가 있다는 관측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완전히 열리지 않는 국경, 또 중국이 반발했던 대만 총통 선거 결과와 중국 내 각종 자연재해에 대해 북한이 침묵한 게 대표적인 현상이다.
또 과거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에 대해선 중국이 견인해왔는데 지난해 9월 북러회담에서 군사협력을 맺으며 밀착하는 상황이 중국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지난해부터 한일중 정상회의 준비로 한중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도 북중러 연대를 꿈꾸는 북한으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한일중 외교장관회담과 지난달 한일중 정상회의 때 비판 담화를 내고 군사정찰위성 발사 도발을 감행해 직접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중 대화는 북한 입장에서 매우 불편할 것이고, 특히 요즘 북중 관계가 확실히 좋지 않아서 서로 더욱 거리감을 느끼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사진=뉴스1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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