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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볼모 삼은 무책임한 파업"… '병원불매' 현실화되나 [병원 휴진 분노한 시민들]

"민생 안중없는 무소불위 권력"
의료파업 네달째 이어진데다
일부 동네병원까지 문 닫자
비판 여론 확산에 기름 부어

"생명과 직결된 직업인데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19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고모씨(29)의 이야기다. 지난 2월 20일부터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료파업' 사태가 넉달을 넘기면서 시민들의 의사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의료파업 관련 총궐기대회 참석을 위해 일부 동네병원까지 휴진에 참여하면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헛걸음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휴진한 동네병원 이름을 공유 중이다. 불편함을 느껴 향후 '불매'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자가 돈벌이 수단이냐"

이날 기자를 만난 강모씨(30)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 그걸 담보로 정부와 협상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사가 환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도 우호적이지 않다.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만 18세 이상 전국 패널 1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대란 사태에 대한 의견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7.3%가 의료파업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63.7%는 의사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파업투쟁에 나섰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파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지난 18일부터 일부 동네병원이 휴진을 결정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모씨(41)는 "그동안은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측면이 있어 중증환자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컸는데 동네병원까지 휴진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며 "이제는 아이가 아프거나 내 몸이 아프면 가까운 곳에서도 제때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날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역별로 휴진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휴진 병원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자는 의견이 올라오는 중이다.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어린 자녀를 키우며 자주 병원을 찾는 맘카페 회원들이다. 집단휴진이 예고됐던 지난 18일부터 서울, 인천, 경기, 부산 등 지역별 맘카페에서는 회원들이 직접 병원에 전화를 하는 등 진료 유무를 확인해 만든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경기도 지역 한 맘카페에는 "동네병원은 특히나 아이들을 볼모로 (휴진에) 동참한 소아과나 이비인후과는 거르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며 공감을 얻었다.

김포의 한 맘카페 이용자는 "지금 정부에서 제시하는 방식이 의사들뿐 아닌 국민들한테도 악영향일 수 있겠지만…전 어찌 됐든 의사는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먼저라고 생각된다"면서 "돈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라 선택한 의사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초대형 맘카페에선 동네병원 휴업에 대한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한 이용자는 "의사만 원망하는 일부 분들은 그들이 왜 그러는지 알려고 하고 지지를 해줘야 상황이 해결된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다른 사용자는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려 해도) 몇십년간 못 늘리게 한 건 무소불위 권력 아닌가"라고 댓글을 달았다.

■불매운동 현실화 가능성↑

현재까지 '휴진 병원 불매운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휴진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는 수준이다. 다만 갈수록 불매운동 여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포의 한 맘카페 이용자는 "오늘 휴진하는 병원들을 검색해봤다"면서 "앞으로는 다른 병원들만 이용하고 싶다"고 적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하는 등 발언 수위나 대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만난 김모씨(42)는 "의료파업 사태가 4개월이나 흐른 현시점에서 의사 단체는 정부와의 대화는 거부하고 환자와 시민에 대한 위협 수위만 높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기를 요구와 위협만 할 것이 아니고 양보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환자단체까지 의협에 불매운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의협이 오는 27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한 것을 비판하며 불매운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 불안과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휴진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고집한다면 분노한 국민으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협상하든 다툼을 하든 정부와 할 일이지 환자에게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지난 18일 배포한 성명서에서 "환자를 외면하고 파업에 동참한 병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이용 거부 불매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