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K파이낸스 (上) 지배구조 선진화
4대금융 PBR 3.8배 증가 여력
KB, 상장사 첫 밸류업 공시 계획
타 지주사들도 공시 내부 검토 중
경영진 단기성과 매몰되지 않도록
평가·보상, 조직체계 선진화 필요
당국도 금융규제 일관성 높여야
이복현 금감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및 참여 금융회사 대표단이 지난 5월 16일 열린 뉴욕 IR 행사에서 패널 토론을 통해 해외투자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사들이 지배구조 선진화로 자본시장에서 밸류업(가치 제고)을 꾀하고 있다.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각 금융지주 이사회가 밸류업 논의를 본격화했다. 그동안 '취약점'으로 꼽혔던 이사회 기능,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절차와 같은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해 주주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장 주주 환원을 높이는 것에서 나아가 '지속가능한 회사'가 되도록 지배구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자체 노력뿐 아니라 당국의 규제정책에서도 예측가능성·일관성을 높이고 시대에 맞게 규제를 합리화할 때 금융지주 밸류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길 먼 금융사 밸류업…이사회가 나서
19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 순자산을 고정시키고 시가총액에 글로벌 은행그룹의 데이터를 적용하면 주당순자산가치(PBR)는 지난해 말 기준 1.43배로 추정됐다. PBR이 현재보다 3.8배 증가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국내 4대 은행그룹의 PBR 및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38배, 8.51%로 글로벌 은행그룹 평균(1.17배, 10.21%)에 비해 낮았다. 4대 은행그룹 당기순익 합이 비슷한 규모의 글로벌 은행그룹의 약 67%, 시가총액 합계는 26%로 자본시장에서 유독 낮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지주 이사회가 나서서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리딩 금융' KB금융지주는 5월 27일 상장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공시계획을 공시했다. KB금융은 "이사회와 함께 KB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논의해왔다"면서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올 4·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과 하나금융 등 다른 지주에서도 밸류업 공시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밸류업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역량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은 기본적으로 주주들의 이해를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하느냐가 포인트"라며 "어떻게 수익이 나고, 이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주주들에게 상시적으로 안내해 주주들이 조금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투자결정을 할 수 있게 하면 궁극적으로 기업 밸류업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브리프 논단'을 통해 "국내 금융그룹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진 역할이 중요하다"며 "위험가중자산(RWA)을 여하히 관리하면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추진하느냐가 주주가치 제고에 관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장과 위험관리의 최적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경영진 능력"이라며 "기업가치의 저평가 원인을 논의하면서 지배구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사회는 경영진 성과평가 및 보상체계를 주주와 유인부합적으로 만들고, 주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활용해 중장기 경영계획과 경영진 승계과정을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단기성과주의 극복+금융규제 예측가능성 높여야"
기업 밸류업이 당장의 주가 제고뿐 아니라 장기적인 역량 강화를 고려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경영진이 단기업적주의에 매몰되지 않게 인사관리, 평가 및 보상, 조직체계 등을 선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주주환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사내유보금이 적어지고 금융지주 재투자, 신사업 발굴이 줄어든다면 경쟁 역량을 갖추는 데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금융지주의 장기적 경쟁 역량 향상을 통한 가치 제고까지 살펴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야 국내 금융주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금융사 주가에 더 많은 영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대내외 여건에 따라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당국에서도 일관적인 정책, 감독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3년 스위스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부문 경쟁력은 2022년 64개국 중 23위에서 지난해 36위로 하락했다. 2018년까지 발표됐던 금융 및 은행규제 공정성 부문은 63개국 중 59위로 중국, 인도,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적극적 노력이 밸류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과 해외에 금융사 기업설명회(IR)에 동행하는 등 노력이 해외 투자자들의 기대감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수장이 해외에 직접 IR을 온 것이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에 분명한 시그널이 됐다"면서 "감독원장이 직접 지원해 주니 현지 투자자들도 새롭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외국인 주주들의 스탠스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소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