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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목동 주상복합아파트 큰 불... 상인들, "생계 막막"

주민들, "스티로폼에서 불 시작"
현장 스프링클러 미작동... 화재 안내방송도 없었어
소화기도 부재

[르포]목동 주상복합아파트 큰 불... 상인들, "생계 막막"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감식이 진행돼 소방·경찰 등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19일 오전 건물 지하 2층 주차장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서 발생했으며 오후에는 1층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로 소방대원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전기 설비 복구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한달로는 택도 없다는 말도 있고 그러면 그때까지 영업을 못 할 텐데 정말 답답해 미칠 노릇입니다."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23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만난 상인 40대 A씨의 이야기다. 한숨을 푹 내쉬던 A씨는 "출근할 당시만 하더라도 큰불이 아니어서 금방 꺼지겠지, 연기 빠지면 영업할 생각으로 건너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상인들은 다 개인업주라 주민들처럼 대표도 없는데, 이 일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방문한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는 화마가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층 가게의 경우 내부는 물론 외부 간판까지 모두 까맣게 그을려있었다. 유리창은 군데군데 깨져 있는 곳이 많았고 천장은 쏟아져 나온 전기 설비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아직 남은 화마의 흔적
소방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8시께부터 해당 아파트 지하 2층 재활용품 수집장에서 불이 시작돼 약 12시간 만인 오후 7시 44분께에 완전히 진화됐다. 특히 오후 3시께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 소방관 17명이 다치기도 했다. 또 주민 일부가 연기를 흡입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의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화재로 삶터를 잃은 주민들과 일터를 잃은 자영업자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화재를 목격한 주민들과 상인들은 지하주차장 한켠에 있는 재활용품 수집장에서 스티로폼을 모아둔 더미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증언을 종합하면 전기 등의 문제보다는 담뱃불 등 부주의로 인한 실화(失火)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장 관계자는 "불이 난 것은 실화일 수 있으나 확정하거나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감식이 끝나고 정확한 화재 발생원인 파악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40대 주민 B씨는 "최초 신고하신 분이 지하 주차장 스티로폼에서 불이 난 것을 봤다고 했다"며 "지하주차장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거나, 주차장으로 들어온 차량이 (차에서 피던)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이 종종 있어서 원인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르포]목동 주상복합아파트 큰 불... 상인들, "생계 막막"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현장의 1층 상가에서 천장의 전선 등이 밖으로 나와 있다. /사진= 주원규 기자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
이번 화재가 대형 사고로 번진 이유로 스프링클러 미작동이 꼽힌다. 여기에 더해 비상벨이나 화재 안내 방송이 없어 사고를 키웠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50대 주민 김모씨는 "화재 비상벨이나 안내방송도 전혀 없었고 처음 불이 났을 때는 소방관도 연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문을 닫고 내부에 있으라고 안내했다. 인명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불이 시작된 지하 2층에 소화기가 없었다는 점도 초기에 불씨를 잡지 못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아파트의 모든 세대(72세대) 주민 113명은 인근 숙박시설 또는 친척집에 머물고 있다.
주거 공간에는 직접적인 화재 피해가 없어서 주민들은 이른 시일 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가 심각한 지하와 지상 1층의 상가(총 52호)의 복구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재 소상공인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 등 방법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방당국과 경찰 등 유관기관은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밝힐 예정이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