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스팸문자 예시.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 부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25)는 매일매일 '스팸'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각종 번호를 차단하고, 문구 차단 기능까지 사용해도 교묘하게 빗겨나간 문자들이 하루에도 5~6통씩 쏟아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일 매일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며 "차단을 아무리 해도 주식 투자 권유·대출 권유·공공기관 사칭 등 너무 다양한 분야에서 스팸 문자가 와 방도가 없다"고 했다.
시민 단체가 최근 급증한 불법스팸 문자에 대해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관련해 개인정보 대량 해킹 등 각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계 당국도 긴급 점검에 나섰다.
20일 오후 시민단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생경제연구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팸 문자 사태의 주요 행위자인 '성명불상자'를 대상으로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에 각각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 보호법 위반 혐의가 없는지 수사 의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음에도 정부나 수사기관이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위탁업체와 문자 재판매사 수십여곳 해킹만으로 전 국민이 이렇게 다량의 스팸문자에 노출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이동통신 3사, 대규모 포털 등 대량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곳에서 유출이 되지는 않았는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이달 스팸신고는 전월동기대비 40.6% 늘었다. 특히 △주식투자 △도박 △스미싱 문자가 증가했다. 주요 발송경로는 대량문자 발송서비스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황정아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스팸 신고 건수는 1억6862만79건이다. 5개월 만에 지난해 수치 2억9549만8099건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010번호로 시작하는 스팸 문자가 대량 증가했다. 개인 번호로 위장한 번호는 차단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 이중 일부는 번호가 도용돼 항의 전화나 문자 등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스팸문자는 스미싱이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개인정도유출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한편 방통위도 이날부터 KISA과 함께 긴급 현장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부는 불법스팸이 급증하는 현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 관계 부처 및 업계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할 것"이라며 "최근 업계를 중심으로 대량문자사업자 전송자격인증제 등 자율규제가 시작된 만큼 사업자도 불법스팸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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