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 현장을 가다 (2) 실리콘밸리
美 샌프란시스코 시내 달리는 로보택시 '웨이모' 타보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무인자율주행택시
6개월간 샌프란시스코 시민 53만명 이용
1.7㎞ 이동에 10분… 우버와 운임 비슷
안전성 우려 여전… 운행지역 확대는 신중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로보택시 웨이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호출 지점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홍창기 기자
운전자 없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웨이모 내부. 사진=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샌프란시스코=홍창기 특파원】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 관문 미국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시 동쪽 랜드마크 페리 빌딩 인근에 위치한 하얏트 리젠시의 리프트(Lyft) 탑승지역. 일반택시와 다른 모양의 차 한 대가 섰다.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인 라이더(LiDAR)가 달린 흰색 차였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로보택시(Robotaxi·무인 자율주행) 웨이모(Waymo) 차량이다.
웨이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시를 주행하는 유일한 로보택시다. 지난해 8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료로 24시간 운행 중인 웨이모의 운행대수는 총 250대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1.7㎞(약 1.04마일)를 주행하는 내내 침착했다. 목적지까지 10분이면 충분했다. 차량에 탑승한 뒤 '운행 시작'(Start Ride) 화면을 눌렀더니 웨이모가 서서히 직진하기 시작됐다. 운행을 시작한 웨이모는 안전벨트 착용과 같은 기본적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기자는 웨이모 내부를 촬영하느라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늦어졌는데 경고음이 계속 나왔다. 안전벨트 미착용에 따른 경고음은 일반차량과 같았다.
■사람과 큰 차이 없는 운전실력
웨이모가 운행을 시작하고 속도를 높이면서 로보택시 탑승을 실감하게 됐다. 핸들이 움직일 때마다 쉴 새 없이 들리는 차선변경 깜빡이 소리 그리고 자연스러운 핸들링은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 부드러운 코너링은 숙련된 운전자의 그것과 같았다. 웨이모의 코너링은 정확하고 철저하게 도로의 점선을 맞춰 진행됐다.
웨이모가 미국의 교통법규를 잘 학습했음을 탑승 내내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횡단보도가 있는 우회전을 할 때 그랬다. 웨이모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완전히 다 건널 때까지 기다린 후 주행했다. 탑승자를 하차시킬 때도 미국의 교통법규를 준수했다. 미국은 빨간색으로 칠해진 도로 연석에서의 승하차는 교통법규 위반사항이다. 기자의 하차 위치는 빨간색 연석지역이었는데 웨이모는 6m(약 20피트)를 더 이동해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곳에서 정차했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웨이모는 아직 완벽하게 물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주행 시작 시 웨이모 옆쪽에서 할머니가 길을 건너려고 시도했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하얏트호텔에서 목적지인 스티븐슨 스트리트까지 1.7㎞(약 1.04마일)를 웨이모로 이동하고 낸 돈은 12.65달러(약 1만7000원). 미국과 샌프란시스코의 공유경제를 상징하는 우버나 리프트의 운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복잡한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우버나 리프트가 잘 잡히지 않거나 우버와 리프트보다 웨이모가 더 빨리 내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면 웨이모를 선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행지역 계속 확대하는 웨이모
웨이모를 이용하려면 대기자 명단에 등록한 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다소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상업지구에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웨이모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모 매니저인 아만 날라바데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체이스센터에서 NBA 경기나 콘서트가 열리는 날 웨이모 탑승수요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시 동쪽에 위치한 상업지구 미션 베이에서는 1만2000건 이상의 웨이모 호출이 발생했다.
날라바데 매니저는 "지난가을부터 웨이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되는 유일한 로보택시 회사가 되면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 동안 53만명 이상의 승객이 웨이모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자율주행 AI 솔루션 기업 팬텀AI의 조형기 대표는 "가장 먼저 로보택시 시장을 개척한 웨이모가 자율주행 시장의 성숙도를 쌓고 있다"면서 "이런 혁신은 실리콘밸리의 탤런트와 자본으로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웨이모가 당장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상용화를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북미사무소 김세엽 소장은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웨이모의 완성도는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정책지원이 이뤄진다면 웨이모의 로보택시 사업은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만 운행 중인데 운행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웨이모는 지난달에 샌프란시스코에서 32㎞(약 20마일) 남쪽에 위치한 샌마테오 등 7개 도시에서 주행 테스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웨이모는 운행지역 확대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웨이모는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계속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팬텀AI 조 대표는 "웨이모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운행지역 확대와 매출을 일으키고 흑자를 내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반발도 계속 커져
그러나 웨이모가 운행지역을 확대하면서 캘리포니아주 지역사회의 반대도 커지고 있다. 반대의 주된 이유는 로보택시의 위험성이다. 샌마테오 카운티의 데이비드 카네파 슈퍼바이저는 캘리포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가 웨이모의 운행지역 확대를 허가한 것과 관련, "심각하고 불성실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지역사회가 웨이모 운행지역 확대를 반대하고 있지만 웨이모는 고속도로에서도 로보택시 운행을 위한 테스트를 지속하고 있다.
웨이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지역의 고속도로에서 승객을 태우지 않는다.
웨이모는 일부 지역에서 수년 동안 보조운전자를 동석시켜 고속도로에서 로보택시를 테스트하고 있다.
피닉스의 경우 보조운전자가 동석하고 피닉스 지역 고속도로에서 로보택시 테스트를 시작했다. 웨이모는 지난 2020년부터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로보택시 호출 유료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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