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소비자들이 이제 먹는 것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 가계 식료품 비용 지출은 지난해 전년비 3.1% 감소했다. 로이터 뉴스1
미국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고공 행진 속에 식료품 구입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빵부터 유제품, 육류,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의 식료품 구입 규모가 팬데믹 이전에 비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미 경제가 둔화세로 접어들고, 신규 고용 확대 역시 속도가 더뎌지면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고 있는 가운데 먹을거리 지출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른행주 쥐어짠다
리서치업체 닐슨IQ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가격 상승은 장바구니가 작아진다는 의미"라면서 "자신이 판단하기에 꼭 필요하지 않다고 간주하는 것들을 장바구니에서 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식료품 장바구니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담긴 품목 수가 급격히 줄었다.
소비자들은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온라인 구매와 대량 구입에 의존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
구입 액수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소비자들의 구매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미 농무부 이코노미스트 윌슨 싱클레어의 분석을 인용해 미 가계의 식료품 비용 지출 규모가 지난해 전년비 평균 3.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구입 품목 수, 4년 전보다 200억개 줄어
닐슨IQ에 따르면 미국 소매 매장에서 계산한 품목 수는 지난 1년 2480억개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30억개 줄었다. 2020년 6월까지 1년간 품목 수에 비하면 200억개 적은 규모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고객들의 매장 방문은 이전보다 더 빈번해졌지만 1회 방문에 따른 구매 규모는 줄었다.
이제 가격 인상이 정점을 찍은 가운데 가격 인상으로 총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진 소매업체들은 가격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에 2000개 가까운 매장이 있는 타깃은 최근 우유, 육류, 빵, 커피, 과일, 채소 등 식료품을 포함해 5000개 품목 가격 인하를 선언했다.
앞서 타깃 최고성장책임자(CGO) 크리스티나 헤닝턴은 지난달 애널리스트들과 실적발표 전화회의에서 고객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매출 규모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매출 기준 미 최대 식료품 소매 업체인 크로거도 지난주 판매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로거의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세계 최대 소매 업체 월마트도 대규모 가격 할인에 나섰다.
월마트는 식료품 가격을 1년 전보다 50% 넘게 끌어내린 것을 비롯해 약 7000개 제품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먹을거리 인플레이션
미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5월 전년동월비 1%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3.3%의 3분의1에도 못 미쳤지만 소비자들은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2년 식료품 가격이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평균 10% 넘게 폭등하는 등 이미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게다가 주거 비용부터 각종 보험에 이르기까지 온갖 비용이 오르면서 식료품 외에 써야 할 지출도 대거 증가한 상황이다.
식료품 구입이 감소하는 가운데 외식은 더 가파르게 줄고 있다.
전미식당협회(NRA)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외식비 지출은 7개월 연속 최저 수준을 경신했고,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 규모는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편 미 상무부는 오는 28일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5월 치를 발표한다. 4월 전년동월비 상승률 2.8%보다 낮은 2.6%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비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항목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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