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보고서, 中의 대만 압박 전략 분석
군대로 침공하지 않아도 해경 및 기타 민간 부문 수단으로 대만 무역 방해할 수 있어
무역 방해하면 대만 경제 위축 불가피, 침공 아니라 국제 사회 대응도 애매
무역 끊기면 대만의 드론 방어 전략도 차질 불가피
美, 유사시 일단 미국산 드론으로 중국군 저지 계획
지난 19일 필리핀군이 공개한 영상 속에서 중국의 해경 대원들이 17일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 해군 함정을 공격하면서 날이 있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중국 정부가 지난달 대만에서 친미·독립 성향 총통이 취임한 이후 무력시위로 대만 정부를 압박하는 가운데, 군사력을 쓰지 않아도 대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무역만 차단해도 대만 정부가 버티기 힘들다며 특히 대만의 차세대 방어 전략인 '무인기(드론) 방어' 전략은 시작부터 어렵다고 내다봤다.
中, 굳이 침공할 필요 없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5월 20일 대만 라이칭더 총통이 취임하자 같은달 23일부터 '연합 리젠 2024A'라는 이름으로 이틀간 대만 주변을 포위하는 육해공군 및 로켓군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2022년 포위 훈련에 비하면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인민해방군 국방대의 장츠 교수는 해당 훈련과 관련해 관영 CCTV를 통해 "대만은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섬으로 일단 포위되면 경제가 붕괴되어 죽음의 섬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 CNN은 2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달 5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굳이 군대를 동원하지 않아도 대만을 압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SIS는 중국이 해경과 세관 등을 동원해 대만의 일부 혹은 전체를 '격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언급한 격리는 군대로 해상과 공중을 '봉쇄'하는 조치와 달리 최대한 민간 부분에서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대만의 무역을 방해하는 것이다.
CSIS는 중국이 대만 주변에 다수의 중국 해경 선박과 순찰선을 투입한 뒤, 대만 항구로 향하는 화물선이나 유조선에 사전 세관 신고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해경 등은 신고서를 구실로 대만행 상선에 승선해 벌금 부과 및 기타 강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CSIS는 대만 최대 무역항인 가오슝을 출입하는 상선들이 중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SIS는 중국이 규정 위반을 이유로 선박을 억류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중국의 법 집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많은 해운사가 선적을 연기해 대만의 무역이 눈에 띄게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중국의 격리 작전이 대만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CSIS는 중국의 작전이 전쟁 행위로 간주되는 봉쇄와 달라서 국제 사회가 강력히 대응하기 애매하다고 진단했다. CSIS는 "격리는 봉쇄나 다른 대규모 군사 작전보다 범위가 제한적이고, 중국 해경이 주도하는 만큼 대만에 대한 전쟁 선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SIS는 이러한 형태의 격리가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독특한 과제를 제시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5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서 중국 해경 선박이 필리핀 해안 경비대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AP연합뉴스
무역 끊기면 침공 방어도 어려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0일 보도에서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새뮤얼 퍼파로 사령관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지난 5월 31일부터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했던 퍼파로는 WP를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시 방어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전략은 경고 없이 대규모 공격을 통해 대만을 압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퍼파로는 미국의 첫 번째 계획이 "중국에게 대만해협을 건너 쉽게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시켜 침공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략은 중국 함대가 대만해협을 건너자마자 미국이 수천 개의 무인 잠수함, 무인 수상함, 드론을 배치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퍼파로는 "다양한 기밀 능력을 이용해 대만해협을 '무인 지옥'으로 만들고 싶다"며 중국이 "한 달 동안 비참해지고 우리는 모든 대응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은 향후 18~24개월에 걸쳐 수천 개의 드론을 만드는 '복제기' 계획을 시작해 약 10억달러(약 1조39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드론으로 중국을 저지하려면 대만 역시 드론 군단을 만들어야 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교전에서 소모하는 드론 양이 한달에 1만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라이칭더는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3월 대만 남서부 자이의 드론 연구 시설을 방문하고 "대만을 민주주의 드론 공급망의 중심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해 9월 펴낸 국방백서에서 중국을 막기 위해 2028년까지 7700개의 군용 드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에릭 고메즈 선임 연구원은 WSJ를 통해 "우크라는 이러한 분쟁에 얼마나 물자가 중요한 지 보여줬다"며 "대만은 충돌이 발생하기 전에 많은 (드론) 물량을 반드시 비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WSJ는 중국 업체 DJI가 전 세계 드론 시장의 75%를 차지한다며 대부분의 드론 핵심 부품이 중국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격리 정책 등으로 대만의 무역을 방해한다면 대만이 대규모 드론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내다봤다.
WSJ와 접촉한 대만 기업들은 이스라엘이나 기타 국가에서 드론 부품을 조달하려 했지만 중국산과 비슷한 원가를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스마트시티서밋&엑스포에서 무인기(드론)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EPA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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