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이 수요자
데이터센터용 AI 칩 '고가 소량 생산'
MS 등 데이터센터 경쟁 덩달아 호황
내년 시장 점유율 72→81% 성장 전망
테슬라 "올해 엔비디아에 5조 지출"
AI 생태계 전반 투자
칩 의존도 낮추려 다양한 방안 추진중
개발자 위한 소프트웨어 '쿠다' 확산
두달간 스타트업 두 곳에 대규모 투자
트렌드 예측해 로드맵 수립하는 것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엔비디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것은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경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엔비디아의 AI칩과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생태계가 독점적인 지위를 지녔기 때문에 시총 1위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AI 칩 회사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생태계를 아우르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종합 AI 회사라는 것이 젠슨 황의 자신감이다. 엔비디아는 시총 1위에 만족하지 않고 AI칩 매출 둔화 가능성을 대비해 매출 포트폴리오 다양화에도 착수했다. 엔비디아 시총이 단 하루만에 3위가 된 것은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시장에서 어떤 기업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GPU 만들던 평범한 회사의 도약
지난 1993년 창립된 엔비디아는 초기 3D 비디오 게임을 구동하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해 판매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평범한 기업이었다.
평범했던 엔비디아는 지난 2018년 비트코인 열풍 당시 가상자산 채굴업체에 필요한 GPU를 공급하며 도약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폭발적 성장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생성형 AI 챗봇 '챗GPT'를 공개한 후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AI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시대적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이런 시대 전환의 핵심에 있는 기업 엔비디아에 전 세계 투자 자금이 쏠리는 양상이다. 빅 테크를 비롯해 다른 기업들의 AI 지출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3~4년 동안 엔비디아의 매출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캐피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 파미는 "앞으로 엔비디아 3배로 증가해 25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빅테크 기업부터 각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체 AI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황 CEO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른바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데 1조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AI 칩 판매
엔비디아의 전략은 애플과 매우 다르다. 엔비디아는 애플처럼 매년 수억 대의 아이폰 등 전자 기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자다.
엔비디아는 주로 소수의 기업에게 데이터 센터용 고가의 적은 수량의 AI 칩을 판매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구글과 같은 빅테크의 대형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업체가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오픈AI를 비롯해 MS, 메타플랫폼,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와 같은 기업들이 10만 개의 AI 칩을 슈퍼컴퓨터로 연결하는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어서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올해 엔비디아의 AI 칩 구매에 4조∼5조원대 규모의 지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석 그룹인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엔비디아는 데이터 센터용 GPU를 376만 개나 판매했다. 인텔과 AMD와 같은 경쟁사들이 있지만 72%의 시장 점유율이다. 시티그룹은 내년에 엔비디아의 시장점유율이 약 81%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적은 양의 AI 칩을 판매하지만 이 AI 칩이 고가이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매출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1· 분기(2~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2% 폭증한 성장한 26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이폰 초기의 애플보다도 더 빠른 성장 속도다.
■AI독자 생태계 구축하는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매출에 절대적인 AI 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 칩을 사용하는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에코시스템인 '쿠다'(Cuda)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쿠다는 엔비디아 하드웨어의 장점을 보완하는 소프트웨어로 꼽힌다. 엔비디아가 당분간 AI 칩 수요를 계속 사실상 독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AI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등 AI 기술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최근 두 달 동안에만 10억 유로를 조달한 데이터 라벨링 회사인 스케일 AI와 6억 유로를 조달한 파리에 본사를 둔 오픈AI 라이벌인 미스트랄의 펀딩 라운드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엔비디아는 총 116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엔비디아는 AI 스타트업 지분을 인수해 차세대 AI를 미리 살펴보고 이에 맞춰 AI 칩 공급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서비스에 주력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인 람다 랩스와 코어웨이브에 칩을 공급하고 있다.
또 다국적 대기업이 아닌 프랑스에 본사를 둔 스케일웨이와 같은 프랑스 기업에도 칩을 임대해주고 있다.
AI 연구소 임뷰의 연구소장 칸준 치우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젠슨 황은 AI 트렌드와 AI 의미를 자세히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엔비디아는 AI 연구소와 직접 협력할 수 있는 대규모 팀을 구성해 자신의 고객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덧붙였다.
theveryfirs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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