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9일 내놓은 저출생 대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300개가 넘었던 정책을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등 3개 분야로 압축, 정책방향을 명확히 해서다. 선택과 집중은 정부 책임 강화와 연결된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안 없는 재원확보 방안, 교육개혁 등 구조적 요인에 대한 대응 부족 등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4일 정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예정돼 있는 '인구비상대책회의' 등을 거쳐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여 만에 내놓은 이번 대책은 예산 부문 논의는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다. 저출생 극복 예산의 안정적 마련과 효율적 지원을 위해 '인구위기대응특별회계' 신설 방안이 제시됐다. 신설될 '인구전략기획부', 유보통합(영유아 교육·보육 통합) 추진 등과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신설 부처에 예산심의권 부여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예산심의권은 연구개발(R&D) 분야만 허용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예산심의권을 행사해 주요 R&D 사업 예산에 대한 배분 조정안을 마련한다. 이후 기획재정부가 이를 반영, 정부 R&D 예산안을 편성한다. 예산편성권을 쥔 기재부 권한을 상당 부분 '인구전략기획부'가 가져오게 된다는 의미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가정 양립 등에 집중하는 이번 대책 방향성은 적절하다"며 "재원(예산)을 얼마나 끌어오느냐 하는 게 관건인 것으로 보이는데 인구전략기획부가 예산심의권을 갖게 되면 재원, 사업조정 등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구위기대응특별회계도 일본처럼 의료보험료에 부가 징수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도 정부 내 이견 조정과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구조적인 개혁 부문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기존 대책을 강화해 아이 낳으려는 사람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은 담겼지만 아이 낳기 어려운 근본 구조 개혁방안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대책에서 저출생의 구조적 요인으로 꼽히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수도권 집중, 사교육비 부담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안이 없었다. 이와 관련, "민관 연구기관 협의체, 글로벌 전문가 등 가용한 국내외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정도다.
이번 대책을 주도한 대통령 직속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인구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이를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주재 회의로 예정돼 있어 그만큼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 집중은 기업 역할 강화를 동반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중소기업 지원 확대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가족친화적 사회분위기 조성 등도 보완돼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양육 지원 등은 나올 수 있는 정책은 거의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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