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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고사직전 이공계 연구실… 내년은 회생할까

[테헤란로] 고사직전 이공계 연구실… 내년은 회생할까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차장
국가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데 기초가 되는 것이 연구자다.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과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연구기관의 연구원이나 대학교수가 되면서 비로소 자신만의 연구를 하게 된다. 대학원과 박사후연구원 때 연구했던 분야를 계속 파고들면서 과학기술이 향상된다. 이후에는 기업이 서비스나 제품으로 만들어 우리가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한 분야의 대가로 성장한다. 나노 분야의 서울대 현택환 교수나 mRNA의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 등도 당연히 이런 과정을 거쳤다. 배터리 관련 기술을 개발해 국내 대학 사상 최고가의 기술이전료를 받아낸 한양대 선양국 교수도 마찬가지다.

지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기획재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안을 준비 중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지난 17일 한 방송에 나와 올해 예산은 R&D다운 R&D에 집중하기 위해서 조정이 이뤄졌다며 내년도 예산은 늘어날 것을 예고했다. 앞서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올해 상반기에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정부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게 문제다. 다양한 감세정책과 경기회복이 요원해져 세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들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R&D다운 R&D에 집중하기 위한 준비였다고 했지만 이 때문에 연구계 환경은 고사 직전이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 과제를 살펴보면 지난해 1400개가 넘는 생애기본연구사업 과제가 올해는 사라졌다. 우수신진연구사업 과제를 400여개에서 700개로 늘렸지만, 올해 신청자가 과거 2배 수준인 4000명을 넘으면서 선정률이 14.2%를 기록했다. 선정과제 수도 당초 공고했던 759개에서 644개로 줄었다.

우수신진연구 과제는 또 사업 이름이 '신진'이라는 이름이 들어갔지만 신청 대상자가 5년차 정도의 연구자들도 포함돼 있어 최근 임용된 교수나 연구원에 갓 들어간 연구자들에겐 버거운 '운동장'이었다.

과학기술이 수월성을 기본으로 연구분야에서 뛰어난 과학자들에게 지원하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구환경이 이 하나의 잣대만 가지고는 활성화될 수 없다.
새로 임용된 교수가 정부 과제를 따내 그 예산으로 실험실에서 대학원생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구조다. 이 과정을 겪지 않으면 석박사 논문은 고사하고 평생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할 수도 없다. 의대로 인재가 몰린다며 이공계와 과학기술계가 위기라고 말만 하지 말고 기본적인 환경이라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monarc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