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가스요금 원가 이하"
가스공사 미수금 13조 넘어
인상 폭 협의… 소폭 올릴듯
연합뉴스
오는 7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하면서 재무위기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스요금 인상 체감도가 낮은 7월이 적기라는 판단이다. 다만 요금인상이 물가 전반에 끼칠 영향이 있다는 점에서 큰 폭의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내달 1일부터 적용될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의 인상 여부를 비롯해 인상이 이뤄질 경우 인상 폭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곳은 산업부이다. 산업부는 현재 도시가스 요금이 원가 이하라고 판단하고 있다. 2022년 이후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약 200% 상승했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약 43% 인상되는 데 그쳤다. 주택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16일 MJ(메가줄)당 1.04원 인상된 뒤 13개월째 동결 중이다. 장기간 소비자 가격을 묶어온 탓에 올해 1분기 기준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5491억원으로 불어났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원가 이하 가격에 가스를 공급한 뒤 받지 못한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으로 사실상의 영업손실이다. 미수금 규모는 가스공사 전 직원이 30년간 무보수로 일해도 회수가 불가능한 규모다.
가스 도입과 LNG 터미널 등을 책임지는 가스공사는 차입금을 늘려 가스를 도입해야 한다. 가스공사의 차입금은 2021년 말 26조원에서 지난해 말 39조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379%에서 483%로 상승했다. 가스요금이 홀수 달마다 조정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정부의 결정에 따라 7월부터도 요금 인상이 가능하다.
반면 기재부는 가스공사의 재무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가스요금 인상이 물가 전반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인상 시점과 폭을 정하는 데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사과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른 가운데 가스요금까지 인상되면 물가상승 압박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가스요금을 현 국제 에너지 원가수준을 맞춰 한번에 올리기 보다는 분산해 반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수용을 제외한 발전용과 산업용 등 다른 용도 가스 요금은 앞서 단계적으로 현실화해 이미 공급 원가 이상 수준으로 올랐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