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스즈키 장관 회의
美 금리인하 늦어져 강달러 계속
필요땐 양국 동시 시장개입 시사
日 "韓국채, WGBI 편입노력 환영"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기념사진을 찍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양국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가기로 했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한일 재무장관이 양국 환율방어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심각한 우려' '적절한 조치' 등의 표현은 필요하면 양국이 동시에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국 모두 출렁이는 외환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엔화 환율상승은 수입물가 급등과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등 경제·금융시장 전반에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지난해 재개된 한일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도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원·엔 값 하락 심각한 우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외환시장 대응을 공동보도문에 포함시켰다. 이번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지난해 6월 일본에서 개최된 이후 1년 만으로, 우리나라에서 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한일 재무장관은 이날 지정학적 갈등 지속, 주요 교역국의 성장둔화 가능성, 외환시장 변동성 심화 등을 불확실성으로 언급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자국 통화의 약세현상이라는 공통 고민을 안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원, 엔 가치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엔·달러 환율은 160엔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늦춰지면서 '킹달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이 1393원까지 상승하자 한국은행·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규모를 150억달러 증액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24일 엔·달러 환율이 장중 160엔 선에 육박하자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24시간 언제라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강력한 구두개입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한일 양국 재무장관이 이처럼 외환시장에 대한 공동보조를 취한 것은 미국 등 주변국이 개입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에서 정부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일본 당국의 개입정책에 우려의 뜻을 밝혔다. 사실상 일본을 뺀 G7이 시장개입에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더구나 일본은 미국 재무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1년 만에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됐다. 일본으로서는 동조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한국 원화와 보조를 맞출 필요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내년 日서 10차 회의
스즈키 재무상이 "한국 국채를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환영한다"는 언급도 주목된다. 일본 재무당국의 우호적 발언이어서 오는 9월 WGBI 편입을 앞둔 한국에는 긍정적 신호다.
지난해 말 현재 주요 50개국 국채 발행잔액은 약 65조달러다. 이 가운데 WGBI 편입액은 27조달러 정도다. 일본 국채의 WGBI 편입 비중은 약 12%로, 40% 정도인 미국에 이어 두번째다. WGBI 설문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의 운용자금 가운데 30%가량이 일본 자금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일본 영향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강하다는 의미다.
내년 일본에서 제10차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가 된 지 60주년을 맞는다. 양국 장관은 재무당국 간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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