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탈모 백과사전은 모발이식 명의로 잘 알려진 모제림 황정욱 대표원장이 탈모 및 모발이식과 관련한 정보를 전하는 전문가 칼럼으로, 탈모 자가진단 방법, 다양한 탈모 발현 유형, 모발이식 수술, 탈모치료 약물 등 자세한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직접 전해 들을 수 있다. <편집자 주>
어린아이도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영향으로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모제림성형외과 제공
대머리로 고민했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모와 남성 호르몬의 관계를 짐작했다. 남성은 성 생활이 가능한 나이에 탈모가 되고, 거세된 남성은 모발이 빠지지 않고, 여성에게는 대머리가 없음을 말했다. 이처럼 옛사람들은 경험적으로 탈모 발현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탈모 시작 나이는 언제일까.
탈모는 크게 유전과 환경 요인으로 볼 수 있는데, 환경 영향에 의한 탈모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소아부터 노인까지 무차별이다. 반면 유전으로 인한 탈모는 꽤나 인간적이다. 소아나 청소년에게는 온정적이지만 어른에게만 가혹하다. 탈모 유전자 발현은 성인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단절없이 계속되는 인생에서, 아이와 어른의 경계는 모호하다. 소아나 청소년과 성인의 구분은 시대마다 달랐는데, 전통시대에는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성적 능력 연령이 기준이었다. 2차 성징이 나타나 여성답게, 남성답게 변한 시기다. 조선에서는 16세에 호패를 착용했고, 이때부터 성인이었다. 오늘의 나이로 환산하면 15세다.
현재 대한민국의 법적 성인은 19세부터다. 이는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 없이 결혼 등의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나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분담한다는 의미가 있다. 많은 나라에서는 18세를 전후로 아이와 어른을 나눈다.
탈모 유전자 활성화로 본 성인도 18세 전후다. 탈모 유발 주범 호르몬인 DHT(Dihydrotestosterone)는 성장기 이후의 성인에게만 발현된다. 탈모 유전자를 가졌어도 어릴 때 대머리가 되지 않는 이유는 남성호르몬이 적기 때문이다.
미국의 해밀턴 박사는 어릴 적 사고로 거세된 104명의 남성을 관찰한 결과, 탈모 유전자 보유 쌍둥이 중 거세된 한 사람은 모발이 풍성했으나 다른 한 명은 대머리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성장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며, 영양 등 섭생 등의 영향도 있다. 여러가지 변수를 감안해도 일반적으로 뼈의 성장판은 16세에서 18세 사이에 닫힌다. 키의 성장이 멈춘다는 의미이다. 성장이 늦은 일부는 20세 무렵에도 키가 큰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 나이인 18세면 성장이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20세 안팎부터 유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5년(2018~2022) 동안 모제림성형외과를 찾은 안드로겐형 탈모인 남성 비율은 20대 2.5%, 30대 3.80%, 40대 12%, 50대 26%, 60대 43.3%, 70대 이상 36.9%였다. 탈모 유전자가 중년인 40대부터 크게 발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안드로겐형 탈모인 연령대별 남성 비율. 모제림성형외과 제공
성인의 탈모 과정은 분명하다. 근 골격, 생식 기관 발달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모낭에서 이 호르몬을 활성화시키는 5알파-환원효소와 결합하면, 부신에서 탈모 유발 호르몬인 DHT가 합성된다. DHT는 남성 호르몬과 결합하여 세포 내 신호를 전달하는 안드로겐 수용체에 친화력을 갖고 있는데, 모유두 세포 내에서 안드로겐 수용체와 만나 탈모 물질이 생성한다.
그 결과 모근 세포가 손상되고, 영양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성장기 모발이 급속하게 휴지기로 전환된다. 모발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빠지는 게 탈모다.
그러나 2차 성징 전인 성장기에는 모낭에서 5알파-환원효소 및 안드로겐 수용체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유전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가 된다.
때문에 주변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탈모는 환경적 영향이 크다. 강박이나 학업 스트레스, 발모벽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탈모의 치료는 스테로이드 주사나 약물 처방이 어렵기 때문에 탈모 발견 초기부터 전문가와의 종합적인 상담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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