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부산시의 구덕운동장 재개발 주민설명회가 큰 반발 속에서 논란만 남겨놓고 끝난 가운데 서구 주민들이 시의 구덕운동장 재개발 방식을 철회해 줄 것을 다시금 촉구하고 나섰다. 시의 재개발 계획은 구덕운동장 부지 일부를 민간에 매각해 아파트를 짓는 대신 부족한 구덕운동장 재개발 및 축구전용구장 사업 자금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반대 주민협의회가 27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방식 재개발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변옥환 기자
부산 서구와 인근 주민들이 모인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반대 주민협의회’는 27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운동장 내 아파트 건립 반대 공론화에 나섰다.
이들은 “부산의 미래유산이자 원도심 지역 스포츠 메카인 구덕운동장과 체육공원이 훼손 위기에 처한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난개발로부터 체육공원을 지키고자 한다”며 “부산시는 HUG와 리츠(REITs)라는 부동산 투자회사를 세워 자금을 조달하고 구덕체육공원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지어 돈을 갚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이에 주민 분노는 치솟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재개발을 추진한다면서 체육공원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850세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에 함구하나, 공개 여론 수렴 요청에도 이를 거부하고 ‘기습 공청회’를 시행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재개발 사업 신청을 끝내고 나서야 설명회를 하겠다는 이유는 뭔가. 또 HUG에 빌릴 융자금을 기금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총사업비 7990억원 가운데 3379억원을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설비로 계획하고 공원 일대 토지와 해당 건물을 팔아 97%의 사업비를 회수하겠다는 계획에 반발했다. 이에 대해 ‘투자사업’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지난 1일부터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설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해 지난 23일 기준, 1만 7200여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집계했다. 협의회는 내달 중에 시민과 학계, 언론을 초청하는 ‘구덕운동장 시민 토론회’를 열고 더 자세한 여론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이기대공원, 수영만 요트경기장, 우암동 부산외대 부지 등 ‘난개발’ 지적을 받고 있는 여러 곳들과 연대 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체육진흥과는 “아파트가 생긴다고 체육공원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주차장 지하화 등으로 부지를 확보해 기존 야외 체육시설을 실내로 만들기 때문에 시설 기능을 더 개선하게 된다”며 “아파트가 당연히 주목적은 아니지만 축구전용구장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다만 재정 부담을 해소해야 재개발 추진이 가능해 이에 부득이 부지 일부를 매각, 수익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 해명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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