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 위해 뛰어도 모자랄 망정..아직도 이런 공무원 있나" 개탄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부산 기장군 공무원이 지역 기업을 상대로 환경관리사항 점검 후 행정처분 내용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고압적인 태도와 함께 기업 측의 이의 제기에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3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앞서 기장군 환경위생과는 지난달 28일 오후 지역 NGO 환경단체 회장과 함께 코스닥 상장사 A모 기업의 장안읍 사업장 현장을 찾아 환경관리사항 점검을 진행했다. 기장군은 폐수 및 대기배출시설 등을 둘러본 뒤 ‘폐수시설 운영일지 허위 작성’과 ‘화성처리시설 흡수시설 근처 창문 개방’을 이유로 물환경보전법 제38조 3항, 대기환경보전법 31조 1항 1호 위반 확인서를 발급했다.
지난달 28일 기장군이 장안읍에 위치한 A사의 사업장을 불시에 찾아 환경관리사항 점검을 진행, ‘물환경보전법’ 및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항이 있음을 지적했다. 사진은 기장군이 당일 발급한 관련 확인서. 사진=변옥환 기자, 자료=제보자 제공
이후 기장군은 지난 3일 A사에 ‘조업정지 10일’과 1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며 12일까지 의견 제출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내왔다.
A사는 지난 12일 의견제출서를 내고 화성처리시설 지적에 대해 점검 당시 송풍기 고장으로 시설 내부 확인을 위한 일시 개방이며, 화성처리조 내부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검사 자료를 제시했다. 또 폐수배출일지 허위작성 지적에 대해 폐수처리를 매일 하지 않고 5~6일 간격으로 하는 관계로, 지난해 담당 공무원이 ‘N분의 1 일평균치로 기록해두라’는 지적대로 했음을 밝혔다.
문제는 다음 날인 13일, 점검을 진행한 담당 공무원 B씨의 전화에서 비롯됐다. 이날 오전 B씨는 전화를 받은 해당 기업 임원 C씨에 전날 제출한 의견(이의)제출서 내용 가운데 과징금 부분이 언급 안 됐음을 질의하며 구두로 해당 의견들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음을 통보했다.
해당 통보에 불복한 C씨는 “주무관께서 (환경 점검·행정처분을)진행하는 여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나. 그런 걸로 보면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았나 본다”며 “관련 규정에 이의신청서 제출 후 검토기간이 있음에도 익일 이른 오전에 결과를 바로 통보했다.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진행되는 과정 같아 보인다”며 항의했다.
이에 B주무관은 “오늘 공문 작성해야 한다. 내일부터 쉴랍니까”라며 “조업정지 기간이 6월부터 시작돼야 한다 말씀드렸잖나. 대표님한테 보고한 뒤에 오늘 안으로 전화 달라”고 압박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날 오후 4시쯤 C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 법적 근거에 대한 정확한 문제점이 뭔지 따져 물었다. 행정처분 사전통지서에 위반조항만 명시돼 있고 조항에 걸맞은 구체적인 문제 행위가 없다는 이유다. 약 4분간 실랑이를 이어가다 B주무관은 C씨에 소리를 지르며 “너 어디 있어 X끼야! 니 어디 있어 지금? 그러면 지금 갈게요. 사장님 만나러 갈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라며 욕설과 반말을 했다.
공무원 갑질 논란을 빚고 있는 부산 기장군청 전경. 부산 기장군 제공
30여분 뒤 B주무관은 환경지도팀장과 함께 사전 약속 없이 해당 사업장 대표실을 찾아 대표에 조업정지 시작 일을 전달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B주무관은 본지에 “그 부분은 제가 잘못했다. A사가 의견 제출한 부분에 대해 검토도 끝나 조업 정지 시작일을 언제 할지 문의하고자 전화한 와중에 ‘자기들은 인정 못 하겠다’는 식으로 나왔다”며 “(사전통지서 내용에 대해)자꾸 꼬투리 물듯이 이야기하니 제가 홧김에 그렇게 했다. 엄청난 욕설이라기보다는 소리를 지르며 한마디 했던 부분이 있긴 있지만 그건 제가 잘못했다”며 해명했다.
취재에 들어가자 기장군은 지난 19일 A사에 행정처분 수위를 ‘경고조치 및 과태료 200만원’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열린 창문이 화성처리시설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 공기를 희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판단했다는 것이다.
C임원은 본지에 “회사와 관청 간 갈등이 생기면 피해를 보는 곳은 저희 쪽이란 것을 알지만 공직기강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심정으로 문제를 알린 것”이라며 “제가 욕설을 들은 그 순간 군청 사무실에 수많은 동료 공무원이 이를 들었을 텐데 그런 언행이 문제 되지 않는다면 사회에 더 큰 문제로 자리할 것이다”라며 의중을 전했다.
경남 양산에서 기장으로 본사와 생산공장을 확장 이전한 A사의 경우 근무하는 직원수가 400명이 넘고 연간 매출액도 15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적인 강소기업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군 공무원의 태도에 같은 권역에서 공장을 운영한다는 한 기업체 대표는 "아직도 이런 '갑질' 공무원이 있나"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 공무원이 먼저 나서 뛰고 있는 마당에 해당 사항에 대한 사전지도나 계도 대신 욕설까지 해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고 개탄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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