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6.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참사 이후 일선 산단의 불법 파견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망한 외국인 18명에 대해 아리셀측은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했지만 용역업체인 메이셀 측은 "용역 직원을 보냈을 뿐 작업 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도 현안보고를 받으면서 고용노동부에 아리셀 불법파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불법 파견 감독 사업장은 지난해 465개로 지난 2017년(1349개)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파견 관리·감독 '미흡'
1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아리셀 화재 당시 사망한 외국인들에 대해 불법파견 근로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부는 불법파견·노동 관련 전문가 등 7명 규모의 수사팀을 투입중이다.
현행법상 제조업체는 파견근로자 사용이 제한돼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32개 업무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는 금지하고 있다. 아리셀 측은 "불법파견이 아니라 도급 계약"이라고 해명했지만 하청업체의 증언 등 불법파견으로 보이는 정확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근로자가 하청 업체인 메이셀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아리셀에서 일했다면 도급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이셀 측은 지휘·감독 등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메이셀 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불법 파견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혹에 산업계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쓰는 '꼼수'인 불법파견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최근 2년간 정부가 불법파견을 관리·감독한 사업장 수는 500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불법파견 감독 사업장수는 △2017년 1349개 △2018년 1609개 △2019년 1626개에서 △2020년 636개 △2021년 534개 △2022년 489개 △2023 465개로 줄었다. 정부의 미흡한 감독이 산업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산재 사망자
내국인이 기피하는 중소제조업 자리가 불법파견 외국인으로 대체된 가운데, 부실한 안전교육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 김해의 한 공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는 60대 A씨는 "최근 몇년간 공장에 일하러 오는 젊은 한국인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안전은 스스로도 조심해야 하지만, 다양한 국적의 젊은 외국인이 짧게 공장에 들어오고 나가면서 안전 교육 등은 점점 형식화됐다"고 했다.
국내 산재 사망자 중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은 지난 2022년 9.7%에서 지난해 10.4%로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의 산재 승인 건수는 지난 2019년 3250명에서 지난해 4123명으로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 값싼 외국인을 쓰는 중소기업들의 관행이 이번 참사로 드러났다"면서 "전반적인 노동 현장의 문제에 대해 정부와 산업계가 어떻게 해결할지 성찰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