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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기와 금리 차이 안 나네" 은행 1개월 만기예금 10조 돌파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6개월 이하 만기 예금잔액이 지난 6개월간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초단기예금으로 분류되는 1개월 예금잔액도 지난 1월 말 10조원을 돌파했다. 비록 최근 규모가 줄고 있지만 만기 한 달짜리, 석 달짜리 은행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는 건 12개월 만기 예금과 비교해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와중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월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만기가 6개월 이하인 예금잔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말 118조1263억원에서 지난달 말 120조5629억원으로 2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 2월 말 138조9737억원을 기록한 뒤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넘치고 있는 셈이다. 1개월 예금잔액 역시 지난달 말 10조9642억원으로 지난해 말 9조9535억원과 비교해 1조원 이상 증가한 상태로 지난해 4월 은행들이 1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한 지 약 1년 만에 예금잔액 1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은행 전체 정기예금 중 만기 6개월 이하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분의 1에 달했다.

A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2월 6개월 이하 만기 정기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7.26%까지 높아졌다. B시중은행에서도 지난 1월 정기예금 잔액 중 4분의 1이 만기가 6개월 이하인 단기예금이었다. B시중은행은 1개월 만기 예금잔액이 전체의 4%에 달할 정도로 만기 한 달짜리 예금 비중도 높았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022년 11월 예적금 최단 만기를 1개월로 단축하는 금융기관 여수신이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은행들은 지난해 4월부터 만기 한 달짜리 정기예금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됐다.

은행 입장에서도 하반기 금리인하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짧은 만기'를 선호한다. 예금 만기를 짧게 가져가고, 그 사이 기준금리가 내리면 낮은 금리로 예금을 재예치하는 것이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1개월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3%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WON플러스예금이 기본금리 3%를 제공해 타 은행에 비해 높은 기본금리를 제공한다. 3개월 만기 예금은 4대 시중은행 상품 기본금리가 2.20~3.47%에서 형성돼 있다. 국민은행은 3개월 만기 KB Star 정기예금 상품에 우대금리 등을 포함해 최고 3.50%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12개월 만기 KB Star 정기예금 최고금리도 3.50%로 3개월 만기 상품과 차이가 없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컨센서스에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2개월 만기 금리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고객 수요가 몰린 영향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만기에 따른 금리 차이가 작아서 자금을 운용하는 은행 입장에서도 만기가 짧은 것이 유리하다"며 "12개월 만기 예금 가입 후 6개월 후에 중도해지를 하면 중도해지 이율이 적용돼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다. 짧은 만기 예금을 운용하는 게 은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수신이 1개월 만기 예금에 편중돼 있어 유동성 이벤트 발생 시 대규모 예금 인출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