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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호텔 무인화 도입, 더 고민해야하는 이유

[테헤란로] 호텔 무인화 도입, 더 고민해야하는 이유
박지영 생활경제부 차장
가족들과 함께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만큼 모처럼 좋은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몇 차례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했는데 내심 실망했다. 돈이 아까웠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한 식당은 테이블마다 테이블오더 기기와 서빙로봇이 배치되어 있었다. 중간에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태블릿에서 직원호출 버튼을 찾아 눌러야 해 성가셨다. 요즘 많은 음식점에서 도입해 익숙하긴 하지만, 서비스의 정점에 있다는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놀라웠다.

또 다른 날 방문한 곳은 스마트폰 NFC 접촉을 통해 주문하는 시스템인데 외식을 자주하는 나도 처음 접해본 방식이었다. 기기에 바로 스마트폰을 접촉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 설정을 몇 가지 변경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친정엄마는 이제 이런 것도 나왔냐며 "나 혼자 오면 주문을 못해서 쫄쫄 굶어야겠다"며 새로운 주문방식을 몇 차례 집중해서 학습하셨다.

갑자기 짜증이 났다. 비싼 금액을 지불하면서도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것은 사실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기대해서인데 이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친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용에 불편함은 없어야 하는데, 주문부터 불편했다.

'서비스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호텔에도 무인화 바람이 부는 것은 비용절감과 구인난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지방의 호텔뿐만 아니라 서울시내에 있는 특급호텔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호텔리어'가 선망의 직업이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호텔이란 곳은 매력적인 일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임금인 데다 노동 강도는 높고, 팬데믹 등 외부 환경변수로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인난에 호텔들도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을 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무인화'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호텔을 이용하는 데는 그만한 서비스를 기대하고 오는 것인데, 그에 걸맞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결국은 소비자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호텔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서비스'인데 이를 자체적으로 포기하는 셈이다. 무인화 바람이 우리 생활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지만 호텔업계 역시 무인화 카드를 구인난의 해법으로 쉽게 선택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이유다. 구인난 해결을 위해 보다 깊은 고민을 해야할 시간임이 분명해 보인다.

aber@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