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3일 민주당 관계자 화상회의에 깜작 참석
"나는 이번 대선에 출마해 이길 것, 누구도 날 밀어낼 수 없어"
지난달 토론 참패 이후 당내외 사퇴론에도 강경론으로 맞불
토론 이후 지지율 2%p 더 떨어져
당장 이번 주말부터 대외 행사 풀가동, 2주 안에 이미지 쇄신해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명예 훈장 수여식 중에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11월 대선 까지 약 4개월을 남겨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토론 참패 이후 여당 내 대선 후보 사퇴 압박에도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당 간부들에게 "누구도 나를 밀어내지 못한다"며 대선 운동을 계속한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선 레이스 "떠나지 않겠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대선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 관계자들은 3일(현지시간) 화상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 2명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은 예고 없이 해당 회의에 끼어들었다. 바이든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분명하고 명료하게 말하겠다. 나는 이번 대선에 출마할 것이다. 누구도 나를 밀어낼 수 없다. 나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번 대선 운동이 끝날 때 까지 남을 것이며 우리는 이길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아직 진행 중이며 공식 대선 후보 지명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진행된다. 현재 민주당 경선에 유일한 생존자인 바이든은 지난달 27일 공화당의 맞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TV 토론에서 말실수 및 힘 빠진 목소리로 고령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공식 후보 지명 전에 바이든의 대체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가장 유력한 대체 후보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은 3일 회의에서 "민주당원들이 단결할 때 우리는 항상 이겼다"면서 "우리가 2020년 트럼프를 패배시킨 것처럼 2024년에도 다시 그를 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함께 참여한 해리스는 바이든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우리 대통령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같은날 민주당 주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의를 열었다. 화상으로 참석한 인원까지 합하면 약 20명이 모였다. 해당 모임에 참석했던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바이든은 이기기 위해 출마했으며 우리 모두는 그에게 지지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대체 후보로 거론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별도의 성명에서 "나는 바이든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는 말을 들었으며 나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대통령은 우리 후보이며 당의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전날에도 민주당의 상·하원 원내대표 등 당 관계자들과 연락했다고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왼쪽부터)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동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사퇴 압박 진화에 총력
미 CNN 방송이 지난 2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49%로 바이든보다 6%p 높았다. 이는 지난 4월 지지율과 같은 수치다. 이번 설문은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30일 미국 성인 127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NYT가 3일 공개한 설문조사에서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49%로 바이든(41%)을 8%p 앞섰다. 해당 조사는 NYT가 미 시에나 대학과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등록 유권자 153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바이든은 토론 전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에게 6%p로 밀렸으나 토론 이후 2%p 더 밀려났다. 미 민주당의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주)은 2일 공개적으로 바이든의 대선 운동 중단을 요구했다. 3일에도 같은당 라울 그리핼버 하원의원(애리조나주)이 공개적으로 바이든의 경선 사퇴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바이든이 주변인들에게 후보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미 백악관의 카린 장 피에르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미 정치 매체 더힐은 3일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선거 캠프가 사퇴론 수습에 나섰다고 전했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도 이날 전체 직원들에게 국정과제 수행에 매진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외부의 정치적 소음을 차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직원들을 단속했다. 폴리티코는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이 3일 화상 회의에서 지난달 토론의 무기력한 모습 대신 강경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회의 참가자 일부는 바이든의 모습에 안심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일단 바이든은 지난달 토론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5일 미 ABC 방송과 인터뷰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에서 선거 운동을 진행하며 7일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운동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바이든은 9~11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민주당에서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을 지냈던 바바라 복서는 3일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과거에도 자주 고난을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가 최소한 토론 참패 이후 2주 안에는 자신의 실력을 국민들에게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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