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사흘 내내 파행 '초유의 사태'
여야 고성 막말 난무...날로 치솟는 갈등
"8월까지 기싸움 이어질 듯" 협치 실종 우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 후 중단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사흘 내내 파행을 빚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에 집결한 일부 정부 국무위원들은 질문조차 받지 못 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여당은 당초 예정된 국회 개원식마저 불참을 선언하고 윤석열 대통령에도 불참을 요청했다. 이에 국회 개원식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협치가 실종돼 시계제로 상태에 빠진 정치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파행, 또 반쪽'...협치 깜깜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세번에 걸쳐 진행된 대정부질문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 2016년 20대 국회 당시 대정부질문 둘째날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다가 정회가 선언된 적은 있지만, 3일 내내 파행된 건 이례적이다.
첫날인 2일 진행된 정치·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논평 중 '한미일 동맹' 표현에 문제를 제기, "정신나간 국민의힘"이라고 발언해 여당의 반발을 사면서 정회됐다.
둘째날과 셋째날 대정부질문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지난 3일에는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상정됐고 여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 대정부질문 일정 자체가 무산됐다.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예정된 전날에는 여당 반발 속에 필리버스터가 종결되고, 채 상병 특검법이 의결되면서 여야 갈등 속 일정이 취소됐다.
지난 5월 30일 개원한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여당의 보이콧'과 '야당의 일방 상임위 운영'이라는 사태를 맞이했다. 개원 한달여 만인 지난 달 27일 국회가 정상화 됐지만, 이후 일주일 내내 회의 석상에서 고성과 막말이 난무하는 등 여야 갈등은 날로 치솟고 있다.
■"여야, 파국 향해 무한질주" 파행 지속 전망
전문가들은 협치와 민생이 실종된 22대 국회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각종 민생경제 문제와 의정갈등 등이 도마에 오를 예정이었던 경제 및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의 파행은 국민들에게 허망함만 남겼다는 지적이다.
최수영 정치론가는 "국회가 선진화가 아니라 퇴행화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박상병 시사평론가도 "정치 파국을 향해 여야가 무한질주하고 있다. 역대급 최악의 국회가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유례없는 험로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 평론가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따지기도 어렵다. 어느 한쪽이 파국을 맞을 때까지 이어지는 대치"라며 "특히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이 100만 명이 넘어선 만큼, 시민간의 갈등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평론가는 "7월과 8월에는 기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7월말까지는 강대강으로 부딪히는 걸 막을 수 있는 변수가 없다"고 했다.
그나마 오는 7월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8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정국 분위기를 바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 평론가는 "여야가 전당대회를 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면 채상병 특검법 등 각종 이슈에 대한 대응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 책임론도 나온다. 박 평론가는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라며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건 대통령뿐이다. 대통령이 야당에게 먼저 손 내밀 마음이 없다면 파국은 지속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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