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씨 1차 피해자 조사
"브레이크 밟았으나 딱딱했다"
사고 희생자 조롱글엔 내사 착수
시청역 인도 차량돌진 사고를 수사 중인 남대문경찰서 수사관들이 4일 오후 운전자 차 모 씨(68)에 대한 방문 조사를 마치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나서고 있다. 경찰은 차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024.7.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1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사고 운전자가 경찰의 1차 피의자 조사에서 차량 가속 원인에 대해 '급발진'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갑작스럽게 차량이 가속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지만 먹히지 않았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영상에서 '보조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아 운전자가 브레이크페달을 밟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차씨는 "밟았으나 밟히지 않았다"고 주장한 셈이다
경찰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씨(68)에 대한 1차 피해자 조사를 진행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았거나, 차량이 가속된 이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에 정 반대되는 주장이다. 차씨의 주장 만으로는 급발진을 입증하기 어려워 향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가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날 차씨의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마자 속도를 내 일방통행 도로를 역방향으로 진입했다. 이후 인도를 덮쳐 9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스스로 멈춰섰다. 사고 당시 영상에 따르면 야간이어서 후미등은 들어와 있었지만 보조브레이크등은 들어와 있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후미등과 보조브레이크 등이 함께 들어온다. 전문가들은 보조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차량이 가속하는 단계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차씨는 급가속 당시 브레이크 작동에 결함이 있었다는 취지지만 진술만으로는 사실상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법조계와 자동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피의자 및 변호인과 협의해 추후 후속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사고 영상 마지막 부분에는 운전자가 차를 브레이크로 제어하고 브레이크 등도 정상적으로 들어온 것이 보이는데 이 부분은 운전자에게 불리한 정황"이라며 "현재까지 급발진은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이날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자가)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차씨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의 근거리 신변 보호를 받는 점 등을 들어 체포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경찰은 사고 희생자 추모 현장에 조롱하는 글을 남긴 작성자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이 작성자는 "토마토 주스가 돼버린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적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있다"며 "사자 명예훼손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현재 시청역 사고와 관련해 조롱, 모욕, 명예훼손성 게시글 등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심각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형법상 모욕죄와 사자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등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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