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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손해배상에 시공사 부도까지…'벼랑끝' 부동산신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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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준공의무 미이행 이유로
금융사·기업 등서 배상 요구
실적 악화 속 자금 확보 '비상'
CP 등 단기차입으로 겨우 연명

수백억 손해배상에 시공사 부도까지…'벼랑끝' 부동산신탁사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인 부동산신탁사들이 사법 리스크, 시공사 부도까지 겹치면서 숨쉬기조차 힘든 지경이 됐다.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을 이유로 건당 수백억원의 손해배상이 걸려 있는 곳도 확인된다. 사업은 해야하니 단기 차입 등을 통해 연명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지난달 28일 기준 재판부 화해권고결정에 의해 진흥기업에 56억원을 지급했다. 해당 손실액은 1·4분기 말 자기자본(3578억원)의 1.6%에 해당한다.

진흥기업은 제주 서귀포 오션팰리스 신축사업 분양관리신탁 및 대리사무계약 관련 원고 2순위 우선 수익자로, 앞서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우선수익권에 기한 수익금 약 92억2000만원 지급을 청구했다. 그 가운데 일부(61%)에 대한 지급이 이번에 결정됐다. 신한자산신탁은 이에 불복하지 않고 이행했다.

신한자산신탁은 금융사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도 걸려 있다. 메리츠증권 등 9곳이 지난 5월 소송을 제기했다. 경남 창원 산호동 멀티플렉스 신축사업 책임준공형관리형토지신탁 관련 책임준공의무 위반을 이유로 523억6000만원(연체이자 별도)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푸른새마을금고 이외에 25곳도 이에 앞선 4월 2일 안성 내강리, 평택 어연리 각 사업부지 내 물류센터 신축사업에 대한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을 주장하며 총 860억원(연체이자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신한자산신탁은 해당 건들에 대해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대응 중이거나 대응할 계획이다. 문제는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4분기 영업적자 298억원, 당기순손실 2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점 총자산순이익률(-17.4%)은 음수로 전환됐고, 반대로 자산건전성 지표인 대손비용률은 30.7%로 전년동기(0.8%)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나이스신용평가 윤기현 선임연구원은 "최근 시중금리 및 공사비 급증으로 부동산 개발시장 환경이 빠른 속도로 악화돼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라며 "특히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 관련 우발위험이 현실화되면서 위험노출액(익스포져)에 대응해 대손충당금, 충당부채를 적립함에 따라 대손비용이 불어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대한토지신탁은 시공사 남양건설에서 부도가 발생했다고 지난달 24일 공시했다. 같은 달 11일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21일엔 자산동결 절차인 포괄적 금지명령이 떨어졌다.

이처럼 갖은 풍파를 맞는 와중에 신탁사들은 자금 확보에 여념이 없기도 하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달 2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3000억원 단기차입을 결정했다.
기업어음(CP), 금융기관 차입 1500억원씩이다. 지난 1·4분기 말 자기자본(약 3558억원)의 84.3%에 해당하는 규모다. KB자산신탁은 1700억원 규모로 만기 30년짜리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교보자사신탁 역시 그보다 하루 앞서 일반대출 방식으로 500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