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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비공개라더니'…전북경찰청 궁색한 해명

전북경찰청 지난해 사용한 사업비 558억원 비공개
비공개 이유 확인하는 취재 시작되자 입장 바꿔

'예산 비공개라더니'…전북경찰청 궁색한 해명
전북경찰청 전경.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전북경찰청이 예산 편성 내역을 공개하지 않다가 번복하는 촌극을 벌였다.

공공기관의 예산 내역은 일부 특수한 내용을 제외하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한 원칙이다. 중앙정부 기관이나 지자체가 매해 예산 내역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도 시민의 알권리 보장에 근거한다.

하지만 전북경찰청은 지난 4일 취재진의 예산 편성 내역 정보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해 예산이 5035억원(인건비 4141억원, 사업비 558억원, 기본경비 135억원, 국유기금 201억원)이라면서도 공개한 4가지 항목 외에 내용은 비공개 사안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사업비가 558억원에 달하는데 이 비용이 어디에 쓰였는지 대략적인 내용조차 대중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공공기관 예산은 비리 연결 가능성이 열려 있고 국민의 혈세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어느 것보다 투명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지역민에 신뢰 받는 전북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임병숙 전북경찰청장의 소신에도 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예산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법률에 근거한 적절한 이유가 없지 않은 이상 예산 내용을 숨기는 건 국민에 대한 기만적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북경찰청 상위 기관인 경찰청은 단위사업별 예산 현황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경찰청 '2024년도 세출예산 프로그램·단위사업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예산은 모두 12조9907억원으로 수사업무정보화 295억원, 교통사고예방 3101억원, 치안상황관리 474억원, 국제교류협력할동 85억원, 장비현대화 3056억원, 신임순경교육 304억원 등으로 편성했다. 1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전북경찰청은 예산 내역 비공개 근거를 확인하려는 취재가 시작되자 급히 입장을 바꿨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예산 공개 여부를) 잘 몰라서 비공개 처리했다"고 해명하며 "통상 예산은 비공개 문서로 구분해 처리하다 보니 그랬다. 경찰청에서 공개하는 내용을 참고해 예산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