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5인 미만 사업장은 부당해도 구제신청 규정 적용 안돼"
법원 "사무실 함께 사용하며 사실상 같이 운영…하나의 회사"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5인 미만 사업장이어도 다른 회사와 함께 운영돼 사실상 5인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정치인 관련 광고기획 및 광고물 제작 등을 영위하는 B업체에 입사했지만, 약 한 달 뒤 전화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이에 A씨는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사의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므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이 역시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B사와 C사는 경영상 일체를 이루며 계속적·유기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며 "두 회사는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고 상시근로자 수는 5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B사의 대표이사는 C사의 감사로, C사의 대표이사는 B사의 사내이사로 등재된 바 있었다. 아울러 B사와 C사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보안시스템, 인터넷 회선, 창고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B사와 C사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긴 하나, 실질적으로는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고 있어 근로기준법상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원고가 근무하는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는 5명 이상에 해당한다"며 "해고에 관해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제한 및 노동위원회에 대한 구제신청 관련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C사 대표이사가 사실상 두 회사의 경영을 맡은 것으로 보기도 했다. 재판부는 "C사 대표이사는 원고에 대해 폭언과 욕설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직장 상사임을 강조했다"며 "이같은 일련의 행동들은 스스로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사실상 경영자의 지위에서 업무 전반을 통제하며 총괄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당해고 여부에 대해선 "근로계약 기간 만료 등과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 의사에 의해 이뤄진 근로계약 종료의 의사표시로서 해고에 해당한다"며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배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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