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2년9개월만에 최대폭↑
국내외 증시 활황…신용융자·마통↑
시장금리는 하락…주담대 최저 2.90%까지↓
[파이낸셜뉴스]
사진=뉴시스
하반기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을 사들이는 레버리지(차입) 투자 열풍이 약 3년 만에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나흘 만에 2조원 넘게 불었고, 국내외 주식 투자를 위해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거나 증권사로부터 신용융자를 받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0조7558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708조5723억원)과 비교해 4영업일 만에 2조1835억원이나 늘었다.
이미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새 5조3415억원 급증하면서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으며 아직 월초지만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분위기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주택 거래 회복과 함께 수요가 커진 주택담보대출이 552조1526억원에서 552조9913억원으로 8387억원 불었다.
특히 지난달(102조9924억원→102조7781억원) 2143억원 뒷걸음친 신용대출조차 이달(102조7781억원→103조8660억원)에는 나흘 만에 1조879억원 증가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2020∼2021년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0%대 초저금리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2021년 8월 통화정책이 긴축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후 증가세가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최근 다시 월 증가 폭이 약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등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피벗(통화정책 완화)을 확신하고 앞서 움직이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구체적 가계대출 증가 배경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 공모주를 비롯한 국내외 주식 투자 자금 수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정책자금 대출 증가, 금리 인하 등을 꼽고 있다.
우선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0% 올라 2021년 9월 셋째 주(0.20%)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주식 빚투(대출로 투자) 수요까지 살아나고 있다. 5대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나흘 만에 1조원 넘게 불어난 데는 지난 2∼3일 진행된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공모주뿐 아니라 최근 국내외 증시 활황도 빚투를 자극하고 있다.
여전히 통화 긴축 상태이지만, 시장금리도 갈수록 떨어지면서 실질적으로 대출 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5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00∼5.370% 수준이다. 약 보름 전 6월 21일(연 2.940∼5.445%)과 비교해 상단이 0.075%포인트(p), 하단이 0.040%p 또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의 영향으로 3.454%에서 3.396%로 0.058%p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4.160∼6.160%에서 4.030∼6.030%로 상·하단이 0.130p씩 떨어졌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의 낙폭(-0.174%p)과 비슷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 하단이 2.980%를 기록하며 약 3년 만에 도래한 '2%대 금리 시대'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4대 은행 최하단 금리 수준은 2.900%로 더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 고정금리+변동금리) 금리와 주기형 고정금리도 지난주 3,13∼4.53%에서 이번 주 8일부터 3.04∼4.44%로 내린다.
한편 은행 관리 범위를 벗어난 정책대출의 급증 문제와 가계대출 관련 정책의 일관성 부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택 관련 대출 증가에서 버팀목(전세)이나 디딤돌(주택구입) 등 정책자금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들은 정부가 실수요자들을 위해 출시한 상품이고 은행은 단순히 판매할 뿐으로, 개별 은행이 판매를 제한하거나 대출 대상자 요건을 강화하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려고 개별 은행이 금리를 지나치게 올리기도 어렵다"며 "대환대출 활성화로 경쟁이 너무 치열한 데다, 대출 금리만 높이면 예대 금리차 확대에 따른 비판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 동시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두 달 연기한 정부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세 매물 감소, 신축 분양가 상승, 강남 3구·용산을 제외한 서울 전역 주택담보대출 비율(LTV) 70% 적용 등과 같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환경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더해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강화된 2·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 시점까지 늦춰지니 실수요자들의 막차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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