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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만 예금보호 한도 상향?…2금융 "자금 빠져나갈것"

여야 '5천만원→1억' 법안 추진
저축銀·상호금융은 유지하는 방향
업계, 유동성 위기속 불안감 확산
금융당국 "속도조절해야" 우려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되, 업권별로 차등을 두자는 법안을 나란히 발의하면서 제2금융권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업권별 차등을 둔 예금보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유동성 위기에 놓인 2금융권에서 대규모 자금이동(머니무브)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과 정준호·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예금자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인상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도 변경 시점, 구간 결정 주체 등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다수 의원이 한도를 금융 업종별로 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2월 국회입법조사처도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 상호금융은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이 합리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예금자보호 한도 인상 논란은 지난해 해외 주요국에서 발생한 연쇄자금인출(뱅크런) 사태를 계기로 불거졌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예금보험의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액, 보호되는 예금의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보험금 지급 한도가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4년 동안 그대로다. 2001년 대비 2021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7배 상승했다. 실리콘밸리은행 등 해외 주요 은행이 파산하고, 국내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예금자의 불안이 커지면서 정치권은 한도 상향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한도 차등 인상안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예금상품 선택은 금리를 따라가는 만큼 당장의 머니무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업계 입장에서는 울고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도 "20여년간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으로 묶여있다 보니 예금자보호 강화 차원에서 필요성은 공감하나, 업권별 차등이 있을 경우 고액예금자들의 자산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98%에 달하는 대다수 금융소비자의 예금액이 5000만원 이하인 상황이라는 이유로 한도 상향은 무산됐다. 2% 미만의 소수를 위해 예금 한도를 올리면 보험료율 인상 부담이 전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서다.
보호 한도가 오르면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은행업권과 비은행업권의 예금보호 한도를 차별적으로 상향할 경우 대규모 머니무브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