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증권부
"단 한 곳도 못 맞혔네요."
증권가의 2·4분기 삼성전자 실적 전망을 점수로 치면 '0점'이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어느 곳도 영업이익(10조4000억원)을 맞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증권가가 예상한 실적은 평균 8조원대였다. 그나마 높은 전망을 내놓은 곳이 현대차증권의 8조6000억원이었다. 메리츠증권이 7조6000억원을 전망하면서 실제 발표치와 가장 간극이 컸다. 전망을 비껴간 실적에 증권가는 예상치 못한 '깜짝' 실적을 냈다며 '뒷북' 칭찬에 나섰다.
'어찌됐건 예상보다 호실적을 내면 좋은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다만, 리서치센터의 전망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실제 실적보다 증권가 전망치가 낮아 가격이 크게 할인된 기업들 역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증권가에선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실적 전망을 내기 위해 해당 기업의 IR 담당자와 소통하다 보면 정보 제공을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고, 공개하지 않은 판매량 수치나 자회사 이슈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실적 쇼크로 이어지곤 한다. 기업탐방을 문의하면 '방문 이유를 1번부터 5번까지 적어내라'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찍신'은 아니다 보니 정확한 수치보다는 추세를 봐야 한다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대개 실적 전망은 업황 추세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흑·적자 전환이나 영업이익 확대 등과 같은 흐름을 맞혔다면 적어도 0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증권사의 실적 전망을 숫자 찍기 게임으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이러한 항변을 듣다 가도 투자자들의 반응이 함께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미 올해 1·4분기에도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 적중률은 15.1%에 그쳤다. 상장사의 41%가 '깜짝 실적'을 냈고, 30%는 '실적 쇼크'가 나타났다. 일부 투자자들은 '15%를 맞힌 것도 용하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 리포트를 믿지 않는다' '이러니 실적 쇼크가 대부분'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결국 투자자 신뢰를 위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교과서적인 해답일 수 있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도, 이를 바탕으로 실적 전망을 작성하는 증권사도 이 일이 단순히 문서 작성에만 그치는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아니면 말고,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라는 식의 '0점 성적표'는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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