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 아니라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할 가능성 높아
우리 형법은 사자에 대한 모욕죄 관련 규정이 없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 추모 공간에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쪽지를 두고 간 4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사진=MBC)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의 추모 공간에 눈을 의심할 만한 쪽지가 놓여 있는 것이 시민들에게 포착됐다. 빨간색 글씨엔 고인을 희생을 조롱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다른 모욕적인 쪽지도 여러 개 발견됐다. 희생자들의 직업과 관련된 추측성 내용이다. 쪽지를 찍은 사진은 인터넷에 올라왔고 논란이 됐다.
경찰은 국민적 충격을 줬고 관심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남성 2명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붙잡아 입건했다.
그렇다면, 사자에 대한 모욕성 글을 쓰고 공공 장소에 의도적으로 놓고 갔다는 이유 만으로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를 적용한 형사처벌이 가능할까.
그러나 법조계에선 형사처벌까지는 불가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문제는 ‘모욕’과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이 엄연히 다르다는 데 있다.
모욕은 상대방에 대한 ‘경멸적인 표현’을 말하는 것임에 반해 명예훼손은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즉, 명예훼손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 혹은 허위의 사실 적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A씨 등이 행한 표현은 경멸적 표현인 (허위) 사실 여부보다는 ‘조롱’에 가깝기 때문에 법적으로 해당 내용을 살펴본다면 이는 형법상 ‘모욕’에 해당한다. 통상 사실이나 허위의 사실이 포함되지 않은 욕설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우리 형법에는 사자에 대한 모욕죄 자체가 없다. 따라서 A씨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할 수 있다.
민법은 타인의 불법행위가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로피드 법률사무소 하희봉 변호사는 "피해자 또는 유족들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고, 사회 전체의 윤리의식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면서 " 사자모욕죄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자모욕죄가 도입되면 표현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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