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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부르는 '극한호우'… 신종재난 대응체계 마련 시급 [기후위기 시대 재난경보 켜진 대한민국(3)]

지하차도 차단시설 431곳 확대
산사태 정보시스템 통합 개설 등
정부, 오송참사 재발 방지 총력전
전문가 "재난관리인력 보강 등
종합적인 지자체 대응책 고민을"

참사 부르는 '극한호우'… 신종재난 대응체계 마련 시급 [기후위기 시대 재난경보 켜진 대한민국(3)]
오송참사 1주기 추모주간 선포 오송참사 유족과 생존자들이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8일 사고가 난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찾아 최고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 오송읍 인근 궁평2지하차도에서 시민 14명이 들어찬 물에 생명을 잃는 등 매년 여름철 홍수기 도로침수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오송과 같은 대형재난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과거와는 양상이 다른 새로운 유형의 극한재난을 관리하기 위한 연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발생한 오송참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우선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하천 인접 여부, 과거 침수 이력 등을 고려해 지하차도 진입 차단시설 설치대상을 431곳으로 확대하고, 연내 285곳 설치를 완료한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연구용역을 통해 안전난간·사다리 등 피난·대비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해 연내 관련 지침을 추가 개정할 예정이다. 또 도시침수 대응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전국 침수위험지역 1654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도시침수지도를 제작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호우 시 차량이 홍수 경보 발령 지점이나 댐 방류 경보 지역에 진입한 경우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이달부터 시작한다. 운전자가 침수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이러한 방안이 고안됐다.

■내비게이션으로 침수위험지 알려

집중호우 시 침수 사고 위험이 있는 지점을 지나는 차는 앞으로 내비게이션을 통해 경보를 받고 위험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운전자들은 휴대폰으로 긴급재난문자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홍수 경보 반경 1.5㎞, 댐 방류 반경 1㎞에 진입하면 내비게이션 화면과 음성 안내를 통해 위험 상황을 인지할 수 있다.

환경부가 홍수 경보 발령 지점으로 지정한 전국 223개 지역이 대상이 된다.

다만,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 화면과 음성으로 주의 운전이 필요함을 안내하는 것이지 내비게이션이 직접 우회도로를 안내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올 초부터 도로·지하차도 침수사고 예방을 목표로 민관 합동 내비게이션 고도화 전담반을 구성해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추진해왔다.

환경부는 홍수 경보와 댐 방류 데이터를 실시간 제공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를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연결하는 데이터 중계를 맡는다.

행정안전부도 지난달 21일 '기후위기 재난 대응 혁신방안 및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제20차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상반기에 대책의 현장 작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주요 정책과제를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먼저 중점관리지역 100곳에서 인파관리지원시스템을 본격적으로 활용했고, 저화질 CCTV 6106대의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산사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사태정보시스템'을 통합 개설했고, 낙석·붕괴에 대비해 7만4000여곳에 대한 점검을 완료했다.

특히 지하차도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하차도가 15㎝ 이상 침수되거나 배수펌프 미작동, 하천 범람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관리주체가 즉시 지하차도를 통제하도록 했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침수 취약계층 4500명은 대피 도우미 일대일 매칭과 119안심콜 서비스 연계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호한다.

하반기에는 침수 위험지역 1654개 읍면동에 대한 '도시 침수지도' 연내 제작, 자율방재단 활동 영역 확대, 사방지 해제요건 완화(5년→1년) 및 사방시설 설계기준 강화 등을 추진한다.

행안부는 월 1회 점검회의를 열어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사각지대를 발굴해 입법이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재난관리인력 확충 시급

행정연구원 오윤경 선임연구원은 "기후위기로 인해 2023년 집중호우와 같은 기록적 강우가 반복 또는 심화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지자체의 재난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과제의 내실있는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기존 계획 내 과제들이 단위 과제별로 제시돼 있어 종합적인 지자체 재난안전관리 인력 보강이 필요한 기능 및 규모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별 방재성능목표(처리 가능한 시간당 강우량) 상향을 위한 추진 기한을 정할 것과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해 사방시설 설계기준 상향을 검토할 것 등을 제언했다.

재난 위기관리를 처벌보다는 협력과 연계, 지원과 조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오송 지하차도 사고, 예산 산사태에서 공통적으로 위험도 등급(지하차도 위험도 3등급), 위험지구 지정(산사태위험지구 외 지역) 등 위험도 평가 결과가 실제 사고지와 상이한 문제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공사, 산불 등 주변 여건 변화와 취약성을 고려한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