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허위 사실로 탄핵 남용
의원 제재 수단 현재 없어
국민소환제 여야 합의를
논설실장
"피소추자는 검찰청 민원실 바닥에 설사 형태의 대변을 싸고…." 더불어민주당의 박상용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첫머리다. 글로 쓰기도, 입에 담기도 싫은 이런 발언을 한 사람은 이성윤이다. 민주당 전북 전주을 지역구 의원.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정권 편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맞서다 좌천됐던 검사.
아니면 말고 식의 이 발언은 그 자체가 인분보다 추하다. 전체 검사의 명예를 훼손한다. 자신도 검사였으니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원이 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같은 당 서영교도 아무렇지도 않게 실명을 공개했다. 설령 사실이라 해도 인권과 관련된 문제다. 박 검사는 두 사람을 고소했다. 이성윤, 서영교가 믿는 것은 면책특권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면책특권과 무관해 보인다. 사실이 아니라면 탄핵은 중지되어야 하고 두 의원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무책임한 허위 낭설을 퍼뜨린 민주당 인사는 더 있다. 이른바 '청담동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전 의원. 윤석열, 한동훈, 변호사 30명이 강남의 바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 그 자리에 있었다는 첼리스트가 거짓이라고 자백했다. 김 전 의원도 그때는 면책특권의 시혜를 입고 있었다. 이제는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 됐다. 선거에서 져서다. 민주당과 이성윤의 박 검사 탄핵 시도는 김의겸보다 더 비겁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 수사검사인 박 검사를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의원들에게 탄핵이라는 공격권과 면책특권이라는 방어권을 부여한 목적은 행정부와 사법부 견제다. 탄핵 조건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다. 제왕적이라는 대통령제에서 탄핵은 권력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막는, 삼권분립의 균형자 역할을 한다.
문제는 다수 의석으로 의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탄핵을 정치 도구로서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하고 있어서다.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첫 법관 탄핵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벌써 장관급만 8명이 탄핵 위협을 받았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면책특권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서 행정부를 뒤흔들고 개인의 명예를 멋대로 실추시키고 있다. 권력 쟁취란 공격 의도가 뻔히 보인다.
해외토픽감의 허언과 막말을 쏟아내는 의원을 탄핵할 길은 없을까. 헌법 65조와 관련 법률에 규정된 탄핵 대상에는 대통령, 국무위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법관, 검사 등이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지방의원, 그리고 국회의원이다. 그나마 지방 선출직인 앞의 세 직책은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거의 유일하게 의원만 탄핵과 소환을 피해가고 있다. 의원에게는 제명 제도가 있지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정족수를 채워야 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꺼운 갑옷으로 몸을 둘러싼 의원을 제재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거론되는 방안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다. 사실 국민소환제를 먼저 꺼낸 쪽은 민주당이다. 2019년 당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자기 역할을 팽개치고 당리당략을 위해 파업을 일삼는 의원들을 솎아내는 의원소환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의도야 어찌 됐든 환영한다. 정상적인 국회가 되면 이 건에 대해 논의하자"고 동의했다. 여론의 찬성률도 78%나 됐다. 민주당은 선거 공약 1호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더니 슬며시 실종됐다. 최근 여당에서 국민소환제를 다시 거론했지만 민주당은 묵묵부답이다.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당이 손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의원소환제는 소수파가 다수파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양당은 소환제 논의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만 동의하면 바로 합의할 수 있다. 하긴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해놓고 까맣게 잊은 듯이 나 몰라라 하는 그들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긴 하다.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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