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기업 오피스 구하면 다른 기업 재계약 안해
6월말 현재 샌프란시스코 상업용 오피스 공실률 34.5%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높아져
은행과 IT기업이 몰려있는 샌프란시스코시 동부의 파이낸셜디스트릭트의 랜드마크 페리빌딩 인근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사진=홍창기 기자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인공지능(AI) 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붐이 샌프란시스코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완전히 회복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상업용 부동산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공실률은 34.5%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의 28.1%보다 6.4%포인트 높다. 지난 6월말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빈 사무실 공간은 총 2960만 평방피트(약 83만1853평)였다.
올 2·4분기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평방 피트당 평균 임대료는 68.2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2.90달러보다 3.73달러 내렸다. 이는 지난 2015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근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부동산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AI붐과 이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는 AI 스타트업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사무실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기업가치가 8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평가받는 오픈AI는 오는 10월에 미션 베이 지역에 약 50만 평방피트의 공간을 임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무실 임대 규모다.
오픈AI 라이벌 앤쓰로픽은 지난해 슬랙 본사에 23만 평방피트를 재임대했다. 올 5월에 스케일 AI는 에어비앤비 사무실 건물에 17만~18만 평방피트 규모의 공간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오픈AI 등 자본력 있는 AI 스타트업이 대규모 오피스를 구하기 위해 새로운 임대 계약 체결하고 있지만 오피스 공실률과 임대료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간단하다. AI 기업이 아닌 다른 기술 회사와 법률 사무소, 컨설팅 회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존에 임대했던 오피스 계약 만료후 재계약을 꺼리고 있어서다. 때문에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수석 리서치 디렉터 오버트 새먼스는 "AI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프라가 잘 갖춰진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공실률은 낮다는 분석이다. 세일즈포스와 우버, 비자, 웰스파고 등이 위치해 있는 샌프란시스코 파이낸셜디스트릭트(금융지구) 북쪽의 공실률은 34.2%, 남쪽의 공실률은 32.7% 정도로 양호하다. 이들 회사가 출근을 의무화시켰고 여전히 이들이 최고의 편의시설을 갖춘 최고의 위치에 머무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역사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의 인기 지역이었던 소마(Soma) 지역의 경우 공실률이 거의 50%나 된다. 소마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대형 소매업체들이 철수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오는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선이 샌프란스시스코 오피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세먼스 수석 리서치 디렉터는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 세입자들이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신규 임대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피스 공실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샌프란시스코 소마(Soma) 지역. 사진=홍창기 기자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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