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검찰이 9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소환하며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수사를 본격화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이 김 위원장을 송치한 지 8개월 만이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SM 인수합병 과정에서 직접 지시했거나 관련 사안을 보고 받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송치 8개월만...혐의 최종 확인 수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카카오 창업자인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검찰이 김 위원장에게 확인이 필요한 내용은 2가지다. SM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공시 의무 위반 의혹이다. 김 위원장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올린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가 SM 경영권 인수전에서 경쟁자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브는 지난해 2월 10일부터 3월 1일까지 20일간 SM 주식을 공개매수했다. 선전포고도 했다. 공개매수기간 주당 9만원 안팎이었던 SM 주식을 1주당 12만원에 매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해 2월 15일 SM 주가는 12만원을 넘어섰다.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월 28일에는 SM 주가가 12만7600원인 상태에서 장이 마감되면서 하이브는 경영권 인수에 실패했다. 하이브의 경영권 인수가 좌초된 직후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 주식을 대량 확보하고 SM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하이브는 "비정상적 매입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 등 최고 경영진들을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앞서 김 위원장의 측근인 황태선 카카오 CA협의체 총괄 대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 의무를 어겼다는 의혹도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사실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검찰은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공모해 주가 시세를 조종했다고 보고 있다. 의혹이 불거진 후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배 전 투자총괄 대표는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대표 지 모 씨의 재판과 병합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 유무가 갈릴 것으로 본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김 위원장이 하이브가 공개매수하는 것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 인식하거나 동의한 사실이 있고 지시를 했다면 처벌 받을 여지가 있다"며 "검찰은 시세조종 행위가 최고책임자에게까지 보고가 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은 진술을 통해 김 위원장의 개입 여부를 확보하려고 할거기 때문에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처벌시 대주주자격 상실 우려
검찰의 이번 수사는 금융감독원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금감원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대상은 카카오 경영진 3명과 법인 2곳,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엔터 전략투자부문장, 그리고 소속 회사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까지 포함돼 있다.
카카오가 처벌을 받을 경우 문제는 심각해 진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 형을 받게 되면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는데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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