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자취를 하던 시절 냉장고가 고장나 급하게 가전 매장을 찾았다.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이 눈에 들어왔지만 다른 제품에 비해 비싼 가격에 구매를 망설였고, 결국 효율 등급은 낮고 가격이 저렴한 냉장고를 구매했다. 이렇게 무심코 지나쳤던 에너지 효율의 필요성은 시간이 흘러 한전 관련 부서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알게됐다.
필자가 근무하는 부서는 고객의 전기 사용 패턴을 합리적으로 유도하는 전력 수요관리 업무와, 에너지 효율 향상 관련 프로그램을 발굴·운영하는 곳이다. '에너지 효율향상' 이란 전기 기기의 효율을 높여 같은 제품을 더 적은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에너지 효율'은 개인, 전력회사,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득이 되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이다. 우선 개인의 입장에서는, 제품의 가격이 비싸긴 해도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다. 한전은 '에너지 효율향상'을 통해 전력 수요를 합리적으로 조절해 전력 수급 위기상황을 미리 막을수 있고, 전력설비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에너지 효율향상'을 통해 국가 전체 전력 소비량을 줄이게 되면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고 탄소중립 달성에도 기여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비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와 같은 에너지 효율향상 제도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한전 역시 제도 도입에 앞서 다양한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가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 전력 사용량을 절감하면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주택용 에너지캐시백', 전기요금 복지할인을 받는 가정에서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할 시 10~20%를 지원해 주는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지원사업', 소상공인이 고효율 기기를 구매할 경우 구매 가격의 40%를 지원해 주는 '소상공인 고효율기기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효율향상'은 이처럼 에너지 절약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기전력을 차단하거나 쓰지 않는 조명을 끄고 여름철 실내 온도를 26~28℃로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에너지 절약 방법부터,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용하거나 다양한 에너지 효율향상 사업에 참여하는 노력을 통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우리 모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에너지 효율향상'을 함께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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