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시달리다 사직 발생
"암 진료 보루…장기대책 필요"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들이 의사들의 의견이 담긴 입간판을 설치해 놓은 모.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립암센터 전문의들이 신규 환자 진료를 축소하기로 했다. 공공 부문에 해당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에서 첫 진료 조정이다.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기존 암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신규환자 진료를 제한하는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10일 밝혔다.
비대위는 국립암센터 임상 전문의 146명을 대상으로 이달 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112명(76.6%) 중 106명(94.6%)는 신규 환자 축소에 찬성했다.
비대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촉발한 의료 공백이 5개월째 지속되면서 전문의들은 중증 암 환자의 적정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사태 장기화로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전문의들은 암 환자 진료를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 주 70시간 이상 근무하고, 월 6회 이상 당직 근무를 섰다. 그러나 비대위는 더 이상은 암 환자에 대한 질 높은 진료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대위는 "심리적, 체력적 번아웃으로 인해 전문의 사직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국립암센터 전문의들은 과별·전문의별로 신규 환자 진료에 대해 자율 조정에 들어간다. 이후 적정 진료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진료 축소를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는 "암 진료 최후의 보루를 담당하는 국가의 핵심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진료 정상화를 위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전문의 채용 확충을 위한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27일부터 교수들이 휴진 중인 가운데 아산병원은 지난 4일부터 진료 축소에 들어갔다. 고려대병원(12일), 충북대병원(26일)도 진료 재조정 및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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