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반도체 업체 AMD가 10일(현지시간) 핀란드 AI 스타트업 사일로AI를 약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AMD는 사일로AI를 기반으로 엔비디아가 구축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AI 생태계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연합
AMD가 핀란드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사일로(Silo)AI를 인수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AI 생태계를 구축해 자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처럼 AMD 역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9200억원에 AI 스타트업 인수
AMD는 10일(현지시간) 사일로 AI를 6억6500만달러(약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AMD에 따르면 사일로는 직원이 300명으로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다.
규제 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올 하반기 인수가 완료될 것으로 AMD는 예상했다.
밤시 보파나 AMD AI 부문 선임 부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합의로 AMD와 사일로 모두 고객 협력에 속도를 내는 한편 자체 AI 기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딜룸에 따르면 AMD의 사일로 인수합병(M&A)은 2014년 구글이 영국 딥마인드를 4억파운드(약 71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유럽의 비상장 AI 스타트업 인수로는 최대 규모다.
사일로는 헬싱키에 본사가 있는 업체로 유럽 비상장 AI 연구소로는 최대 규모 업체 가운데 한 곳이다.
맞춤형 AI 모델과 플랫폼을 기업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곳이다.
사일로는 지난해 스웨덴어, 아이슬란드어, 덴마크어 등 유럽 언어들을 기반으로 한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엔비디아 AI 생태계에 도전
AMD가 사일로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엔비디아의 AI 생태계 성공을 따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다고 보고 AMD 역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한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엔비디아 반도체 구동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를 꼽고 있다.
쿠다는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컴퓨터와 비디오 게임에서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소프트웨어로 엔비디아 반도체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엔비디아는 쿠다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2006년 쿠다를 개발하기 시작한 엔비디아는 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확대해 여러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이 안에 끌어들였다. 자체 소프트웨어와 기술이 없는 기업 고객을 주로 겨냥한 것이었다.
엔비디아는 현재 600여 '예비 훈련된' 모델들을 갖추고 있다. 고객사들이 다양한 필요에 맞춰 엔비디아의 다양한 쿠다를 기반으로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엔비디아는 지난달 NIM이라고 부르는 '마이크로서비스' 플랫폼도 출범시켰다. 개발자들이 이 마이크로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하면 챗봇, AI 코파일럿 서비스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업체이지만 최근 소프트웨어를 통한 지속적인 수익 창출도 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반도체 구매 고객들에게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했지만 최근 NIM 같은 제품은 유료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쟁 제한 우려
AMD의 사일로 인수는 그러나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각 경쟁당국의 AI 스타트업 M&A에 관한 우려를 가중시킬 전망이다.
미스트랄, 딥L, 헬싱 등 유럽 AI 스타트업들이 올해 미 오픈AI, 앤쓰로픽 등에 맞서 투자자들로부터 수억달러 자본을 유치하는 등 세 다툼을 벌이고는 있지만 대기업들이 M&A에 나서면 맞서 싸우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 업체들이 유럽 AI 스타트업 사냥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AMD까지 뛰어들면서 경쟁당국의 눈초리는 더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AMD는 사일로 인수에 대해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6.86달러(3.87%) 급등한 183.96달러로 마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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