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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기간 금리 동결'에도 피벗 초읽기 돌입한 한은...이창용 "차선 바꾸고 방향 전환할 상황 조성"

한은, 기준금리 12회 연속 3.5% 동결하면서도 피벗 준비나서...핵심 변수는 ‘가계부채 증가세’ 이창용 “물가 안정 진전 있다...차선 바꿀 준비”

'역대 최장기간 금리 동결'에도 피벗 초읽기 돌입한 한은...이창용 "차선 바꾸고 방향 전환할 상황 조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동결로, 3.50%의 기준금리가 작년 1월 13일부터 이날까지 1년 5개월 28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번 통화 긴축기 최초의 '금리 인하 검토' 메시지를 공식 밝혔다. '3개월 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기한 금융통화위원도 당초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면서 한은은 본격적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 준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 동결했다. 1년 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역대 최장기간 금리를 묶었다. 물가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경로상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외환시장 변동성, 수도권 주택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으나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에 기준금리는 지난해 2·4·5·7·8·10·11월과 지난 1·2·4·5월에 이어 12회 연속 동결됐고 미국(5.25~5.50%)과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2%p가 유지됐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를 기록하며 예상대로 둔화 추세를 이어갔음에도 아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를 웃돌고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월 5조원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도 금리 동결 재료로 쓰였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지속될지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기대가 외환시장, 주택가격, 가계부채등을 통해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의결문에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표현이 이번 통화긴축기에 최초로 사용됐다. 이 총재도 "현 상황은 물가 상승 안정에 진전이 있는 만큼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피벗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날 금통위는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전망치 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신이 이전보다 커졌음을 시사했다.

실제 금통위원들 내에서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졌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은 이날 금통위에서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2월 금통위부터 1명이던 3개월 후 인하 전망이 2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이전보다 강해진 만큼 향후 피벗 시기를 좌우할 주요 변수는 금융안정, 특히 가계부채가 될 전망이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2024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원 늘어난 1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담대는 상반기에만 26조5000억원 늘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도 금리 인하 시그널이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시장의 높아진 금리 인하 기대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5월 이후 예상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며 "물가 그리고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어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