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금투세 감세로 우회
'먹사니즘' 중도층 포섭 전략
당 대표직 연임 도전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가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감세'를 시사하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경제정책 우클릭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이를 놓고 세금에 민감한 서민층은 물론 고소득층을 포함한 중도층을 겨냥한 잠재적인 대선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우클릭'에 나선 점은 강한 자신감의 방증이며 대선 직행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다. 다만 당 지도부에서도 감세 반대 입장이 큰 기류로 존재하는 만큼, 당분간 치열한 논쟁의 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부세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며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투세에 대해선 "거래세를 대체하는 것이라 없애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억울할 수 있다. 시행 시기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종부세·금투세 폐지 주장을 '부자감세'라며 강하게 비판해왔던 기존 입장과는 사뭇 결이 달라진 것이다. 이를 놓고 세금에 민감한 서민층과 고소득층을 포함해 중도층을 타깃으로 한 지지세 확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신산업 생태계 육성과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의 방향으로 가는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밝혔다. 이른바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 선언을 뒷받침 하는 내용으로, 실용주의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평가다.
5선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절대적 과제인 정권교체를 위해 외연 확장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대표직 연임을 하게 된다면 민주당도 종부세는 물론 상속세·금투세 문제에 있어 더 중도적인 노선으로 옮겨가지 않겠나"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감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지도부와 의원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이 후보 의견이 곧바로 당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진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 토론회에서 "당내에서 종부세에 대한 이견이 나오는데, 당이 심각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분명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꺼내들었다.
한편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전두환 정부 경제는 성과', '다주택 세제완화' 등을 언급하며 거침없는 우클릭 행보를 보였었다. 당시 친문계 인사들의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이 됐음에도 이번 전대를 앞두고 발빠른 외연확장에 나선 점은 당 대표 연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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