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공의·의대생 뜻 반영해야 정책 바꾸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
의대교수 "일방적 정책 결정 반대"
정부가 제시한 미복귀 전공의의 사직서 처리 완료시점이 15일로 종료됨에 따라 의료계에서 전공의 요구를 반영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강희경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각각 기자회견을 개최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제시한 미복귀 전공의의 사직서 처리 완료시점이 15일로 종료됐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료계는 전공의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책이 선회해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전공의 뜻 반영해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공의와 의대생이 원하는 바대로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현 사태가 지속될 경우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정부가 9월에 전공의를 복귀시키려는 시도는 대한민국의 의료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책을 바꾸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며 "의협은 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를 수렴해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하반기 복귀 전공의에 대해 특례를 주기로 했는데, 수련병원들이 요구한 권역제한을 거절했다"며 "이렇게 되면 지방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역의료에는 더 큰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복귀율을 높이고 빅5 병원 정원만 채우면 된다는 의도로 이는 필수·지역의료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의료현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충남대병원이 디폴트라고 하는데, 이 병원은 중부권 거점국립대병원으로 굉장히 많은 목숨을 책임지고 있다"며 "이런 대학병원도 운영이 안 될 정도의 상황에서 정부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미래에 한국의 의료를 짊어지고 갈 인재들인데, 왜 이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느냐"며 "정부가 더 이상 시간을 끌면서 장기화시킬 것이 아니라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교수 "처벌 철회로 마음 못 돌려"
이날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바란다면 이들이 왜 사직서를 냈는지 이유를 생각하고, 전공의들을 압박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결정 과정을 수립하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것만으로는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할 수 없다"며 "전공의들이 반대하는 정책이 바뀌지 않았고,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 역시 일방적이고 불투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공의들이 요구한 의대 증원 철회 등 '7대 요구조건'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정책을 통해 모두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전문의 중심 병원, 중증질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에 필요한 재정은 어디서 마련할지 모르겠다"며 "특위의 정책이 모든 문제의 답이라고 말하기 전에 당장 무너지는 현장을 봐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는 1만3756명 중 1111명(8.1%)에 불과하다.
의료계는 당초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줄곧 주장해왔는데, 이에 대한 정책 반영 없이 정부가 복귀를 유도한다고 해도 이에 동조할 전공의는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수련병원에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처리를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인원을 신청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고, 복귀할 경우 1년 내 같은 과·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는 기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수련특례를 부여하기로 한 바 있다. 전공의 복귀율을 높이기 위해 유화책을 편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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