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당국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앞두고… 은행-금융지주 온도차

금감원 11월부터 두달간 예정
시범운영 참여땐 컨설팅 등 제공
잇단 금융사고에 銀 도입 서둘러
"10월말까지 책무구조도 제출예정"
상품판매 사례 없는 지주사는 난감

금융당국이 올해 10월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시범 도입하는 금융회사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면서 금융지주·은행들이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암묵적인 참여 요청에 은행권이 대부분 시범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반면 구체적인 상품 판매 사례가 없는 금융지주들은 눈치 싸움을 벌이는 분위기다.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대다수 銀 참여

15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11일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실시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대부분의 은행들이 시범운영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시범운영 도입을 희망하는 금융사들에게 참여 접수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금감원의 비공식적인 요청에 10월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려는 분위기이며 특히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제출을 각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대부분 책무구조도 초안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같은 경우 1차 초안이 이미 나왔다"며 "일부 은행들이 마지막 작업을 진행중이거나 최종 법률 검토를 받으려고 하는 중"이라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금융사들이 책무구조도에 관한 의견을 꽤 많이 물어보고 있다"며 "책무구조도가 잘못될 경우 은행장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시범 운영에 참여하는 쪽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 1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기간을 둘 방침이다. 금융사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31일까지 금감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시범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3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6개월 유예 기간이 주어지면서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금융투자업자(증권사)와 보험사는 자산규모 등에 따라 늦어도 2026년 7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시범운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금융사가 제출한 책무구조도에 대해 점검 및 자문 등 컨설팅과 △시범운영 기간 금융사가 소속 임직원의 법령 위반 등을 자체 적발한 경우 제재 감경 또는 면제 등을 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마다 조직과 업무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책무구조도 내용이 다를 수 밖에 없고 달라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사들이 제출한 책무구조도에 해당 직무 관련 내부 통제가 충분히 기술돼 있는지 살펴보고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고 사례 없는 금융지주들 '난감'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에 은행들과 금융지주 간 '온도차'는 존재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연달아 대형 금융사고가 터진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암묵적인 도입 압박에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하며 책무구조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벌어졌던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은행들이 현재 마련한 책무구조도 초안을 적용해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금융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금융지주 같은 경우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참여가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같은 경우에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례조차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 같은 경우 지주법상 자회사의 건전경영관리 및 준법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같은 업무가 1차적으로 책무구조도의 주된 내용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