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암살시도 총격을 당한 직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과 관련해 SNS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사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이 조작됐다는 등의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에 묻은 피가 연극용 젤에서 나오는 것’이라거나, ‘비밀경호국(SS)이 트럼프 선거 캠프와 협력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직후 성조기를 배경으로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오른손을 들어 구호를 외치고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가는 사진을 언급하면서 음모론에 힘을 싣고 있다.
미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14일 “트럼프 암살 시도와 관련된 음모론이 현실을 잠식하고 있다”며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 (실제처럼) 자리 잡는 데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암살 시도가 맞는지, 용의자가 누구인지 파악되기 전부터 음모론이 들끓었단 의미다.
암살 시도 직후 X(옛 트위터) 등에선 ‘BB탄’ ‘내전(civil war)’ ‘바이든은 어디 있나’ 같은 키워드의 언급량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은밀히 암살 지령을 내렸다는 가설까지 제기됐다.
스티브 게스트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대변인은 X에 “바이든 대통령이 8일 “TV토론 이야기는 그만하자. 트럼프에 ‘초점(bullseye)’을 맞추자”고 말했다”라고 썼다. 이후 이 글이 널리 공유되는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의미한 ‘초점’을 ‘과녁’으로 해석해 “바이든이 암살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마이크 콜린스 공화당 하원의원 또한 ‘바이든 지시설’ 확산에 동참했다. 콜린스 하원의원은 자신의 SMS에 “바이든이 지령을 내렸다(Joe Biden sent the orders)”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특히 이런 음모론을 빠르게 유포하고 있는 건 ‘큐어논(QAnon)’과 ‘블루어논(BlueAnon)’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큐어논은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며 이듬해 1월 6일 미 의사당 습격을 이끌었던 반(反)지성주의 극우 세력이다. 이들에 빗대 좌파 진영의 음모론 집단을 일컫는 블루어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든 AP통신 사진이 “연출된 것”이란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용의자 신상에 대한 허위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확산했다. 자신이 총격범이라고 사칭한 X 사용자의 사진이 널리 확산됐으며, 긴 금발 머리 남성의 사진을 이용해 “트럼프를 혐오한다”고 말하는 딥페이크 영상도 제작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온라인상 폭력 위협이 암살 시도 이후 급증했다”며 “실제 사건으로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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