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대안 마련' 토론회. ljglory@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흥행될만한 대작영화에 스크린과 상영 횟수를 몰아주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영화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로 꼽혀왔다. 문화다양성을 저해하고 관객선택권을 제한한다며 2017~2019년 스크린 상한제를 포함한 법안 3건이 발의되기도 했다.
16일 김승수(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대안 마련 토론회'에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재조명되며 '스크린 상한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물론 법제화가 법적으로 타당한지, 인위적 스크린 규제의 부정적 영향을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반박 의견도 제기됐다.
황승흠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용어의 문제를 지적하며 "어떤 배급사가 공급하는 영화에 대해 스크린을 덜 배정했다는 것만으로 독과점이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스크린 집중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도 했다.
■ "봉준호 '괴물'부터 '범죄도시4'까지.."상영 횟수 독과점 심화" 강조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처음 불거진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당시 상영점유율이 43.8%에 달했다. 코로나19이후 상영 횟수 독과점이 더 심화되고 있는데, 올해 개봉한 ‘범죄도시4’는 82%까지 치솟았다”며 멀티플렉스를 대놓고 비난했다. 82%라니 쏠림현상이 지나친 것은 맞다.
하지만 당시 개봉작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행 기대작이 ‘범죄도시4’뿐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 독립영화 ‘드라이브’와 ‘모르는 이야기’, 외화 ‘챌린저스’와 다큐멘터리 ‘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까지 총 6편이었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범죄도시4'로 질타를 많이 받았는데 극장도 억울한 면이 있다"며 개봉 이면의 상황을 짚었다. 그는 "‘범죄도시4’와 같이 관객동원력이 예상되는 라인업이 확정되면 다른 배급사가 영화를 내놓지 않는다. (흥행이) 기대되는 한국영화가 ‘범죄도시4’ 전후로 3주간 단한편도 없었다. 다른 재미있는 한국영화가 함께 개봉해 객석률을 올려준다면 이것만큼 극장에게 좋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장의 스크린 쏠림현상은 관객의 선택권을 반영한 것”이라며 “인기 없는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편성하는 게 문제일 것”이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스크린 상한제 법제화에 앞서) 스크린 규제로 인한 부정적 영향과 개인사업자 극장의 역차별과 같은 문제 등 보다 면밀한 사전검토와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가 흔히 멀티플렉스를 대기업이라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국 멀티플렉스의 40% 가량이 위탁 운영인데 이들 모두가 개인사업자다. 영화 편성을 보면 개인사업자인 위탁이 훨씬 보수적(상업적)이다. ‘범죄도시4’와 같은 날 개봉한 독립영화 ‘모르는 이야기’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직영은 이 영화를 편성했지만, 위탁은 단 한차례도 상영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스크린 상한제가 개인사업자의 영업이윤 증대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노철환 교수 "스크린 상한제뿐 아니라 미디어 홀드백 법제화도 필요"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이날 스크린 상한제 법제화를 둘러싼 쟁점을 짚으면서 코로나19이후 영화시장 변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스크린독과점의 효과는 점점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한국영화산업 지속성장을 위한 해법으로 비단 스크린 상한제뿐 아니라 “극장 개봉 후 유예기간 또는 미디어 홀드백 법제화도 필요하며, 한국/독립예술영화 상영 배급 지원 확대, 영화발전기금 확보를 위한 재원 대상 확대” 역시 한국영화산업 지속성장을 위한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영화 '범죄도시4' 절찬 상영 중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작품성과 스크린 독점 논란에도 '범죄도시' 시리즈가 '트리플 천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범죄도시 4'는 전날 12만4천여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884만3천여명이다. 사진은 9일 서울의 한 영화관. 2024.5.9 mjkang@yna.co.kr (끝)
영화산업은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 휘청이고 있다. 이한대 싸이더스 대표는 이날 “영화 제작하겠다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며 “(스크린 상한제와 같은) 최소한의 룰이 존재하지 않으면, 한국영화 미래는 없다”고 우려했다. 이호재 영화감독 역시 “대학에서도 영화감독이 되려는 자가 없다. 업계 생태계 자체에서 미래가 안보이기 시작했다”며 공감했다.
앞서 영화배우 강동원은 과거에 비해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줄어들고 있다며 산업의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 7월 기준 촬영 준비 중인 한국영화의 편수를 봐도 알 수 있다.
이 통계가 정확하다는 기준 하에 유명배우 출연작 6편을 포함해 고작 8편에 불과하다.
신한식 한국영화관산업협회 본부장은 “한국영화 개봉작품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지금이라도 영화 제작을 위한 적극적인 펀드 조성 및 확대가 시급해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단편적인 스크린상한제 정책만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을 고민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며 “프랑스 CNC(국립영화·동영상센터)와 같이 자국 영화산업에 대한 진흥정책 연구와 정책 결정 그리고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종합적으로 수립되어야 하며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기관 설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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