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결제창 보낸 뒤 송금 유도
환불 요구하면 수수료 추가 갈취
그래픽=홍선주 기자
전국에서 피해자만 100여명에 육박하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의심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은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적 범죄를 의심하고 있다.
18일 경찰과 피해자들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사기범들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지난 6월 한 달 동안 60여명으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6697만원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주지 않은 사실을 포착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는 더 늘어나 현재까지 그 수는 9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범들은 중고물품 구매를 위해 문의가 들어오면 유명 포털사이트 결제창과 유사하게 만든 가짜 결제창을 보낸 뒤 가상계좌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환불을 요구하면 수수료를 추가한 금액을 보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속여 추가로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사기범들은 '△△뱅크 김□□' 명의의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계좌의 주인 김모씨를 우선 사기 혐의로 입건해 계좌가 이용된 경위 등을 캐고 있다. 다만 경찰은 해당 계좌 역시 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실제 사기 범행을 벌인 인물을 추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기 행각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각 지역 경찰서로 접수된 관련 고소장을 병합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외에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도 해당 계좌로 61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배후에 범죄 조직이 있다고 의심하며 단체채팅방을 개설해 계좌 정보와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각각 다른 판매자의 연락처로 연락했지만, 같은 명의의 계좌로 입금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피해자는 "돈을 돌려 달라고 하자, '필리핀으로 이미 돈이 다 넘어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최근 전국 경찰서 수십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되는 피해 신고들의 수법이 사실상 동일하다.
이들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위조 신분증과 대포통장을 활용한 조직적인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수사팀을 꾸렸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를 수사 중"라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