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 60~100%·일률관세 10% 부과 예고
자국 산업·노동자 보호 동시에 물가상승 압력 부작용
연준, 연내 금리인하 시동걸더라도 스텝 조정 불가피
법인세 낮춰 성장촉진… "재정적자 증가할 것"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이후 첫 대선 유세에 참석해 자신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문구가 지나는 전광판 아래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선거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쓴 트럼프 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RNC) 2024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를 수락하면서 트럼프의 경제 정책인 '마가노믹스'(MAGAnomics)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확률 가능성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보다 조금 더 앞서가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그의 마가노믹스가 세계 무역과 미국의 금리, 세금, 이민, 노동력까지 미국의 모든 경제 정책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수 밖에 없다. 이는 미국 기업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RNC 2024에서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이번 대선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레이건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재임시절 때처럼 안정적이었던 경제 문제를 이번 대선의 핵심 의제로 만들려는 것을 확고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트럼프식 고관세, 무역전쟁 가나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전면적으로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일부 매체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발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 등 전통적인 미국의 아시아 우방은 물론, 유럽과 심지어 캐나다와의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무역 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RNC2024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동차산업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미국을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수위가 상당히 높은 발언을 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현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 약세를 원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와 통화 정책에 있어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위협과 징벌적 조치가 번갈아 이뤄지면서 상당히 불규칙적이었다.
마가노믹스의 또 다른 핵심 의제인 감세 정책과 관련해서는 언제부터 얼마나 인하될지도 주목된다. 감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공화당의 핵심 경제 정책이다. 실제 지난 2017년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조7000억달러 규모의 법인세·개인세 감면 패키지 법안을 제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법안을 영구화하지 않는 한 감세 조치는 내년에 종료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인하할 계획이다. 당연히 민주당은 이 계획이 부자들을 위한 또 다른 공약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마가노믹스 인플레이션 촉발?
고관세와 감세 등으로 대표되는 마가노믹스 정책이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보편적 관세 등 고관세 정책이 미국 물가를 1~2% 상승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 증권의 수석 미국 경제학자 매튜 루제티는 "물가상승률의 차이는 아마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무역정책 차이에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국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주장했다.
컨설팅 회사 나로프 이코노믹스의 조엘 나로프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너무 극단적인 발언을 많이 해서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 미국의 재정적자가 심해지고 금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이미 금융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금값이 오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값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거나 금리가 낮아질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마가노믹스의 핵심 정책이 실천됐을때의 경제상황과 일치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스케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 전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안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본인의 임기에 맞춰 하라는 셈이다. 미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에 시동을 걸더라도 '트럼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면 추가적인 금리인하 움직임에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양날의 칼, 트럼프의 이민정책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을 약속했는데 이는 일부 산업에서 미국의 노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높은 이민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력 부족을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과 이민자 노동자의 상실을 우려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입장이 될 것이라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진단이다.
트럼프 캠프 측도 이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부통령으로 지명된 JD 밴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올해 초 "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 중 하나는 값싼 노동력"이라면서 "무역 문제와 이민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마가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폐기 또는 지원 축소는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부양을 위해 통과시킨 수십억 달러의 IRA 세금 감면 조치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은 청정 에너지 분야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에너지와 기후 분야에서 화석 연료 생산을 촉진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화석연료 오염 방지와 배출 방지 조치 역시 빠르게 철회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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