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일(현지시간) 파나마 운하를 컨테이너선이 통과하고 있는 모습.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투자자들이 해운운임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 지적됐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이후 아시아와 북유럽간 40피트 규격 컨테이너 운임이 2배 이상 오른 것에 주목하면서 이것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게 만들 수 있는데도 투자자들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가 에너지 가격과 해운 운임을 가까운 시일안에 끌어올리면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후 이코노미스트들은 심각하게 보기 시작하고 있다.
투자은행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홍해를 둘러싼 긴장과 미국, 독일의 항만 파업, 파나마운하의 낮은 수위,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유통업계의 조기 재고 확보로 인해 해운운임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노무라 이코노미스트 안제이 저파니아크는 기업들이 해운운임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강해지고 있는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과 영국에서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상승하고 소비자물가는 떨어지고 있고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성장 전망이 밝다.
저파니아크는 해운운임 상승으로 내년말까지 유로존과 영국의 물가가 0.3~0.4%p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인 코울턴도 비슷한 전망을 하면서 투자자들은 물가 끌어내리기 마지막 단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연기하는 리스크를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을 비롯한 이코노미스트들은 해운운임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0.1~0.2%p 오르는데 그쳐 제조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사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사이먼 맥애덤도 서비스 물가에 비하면 해운운임 상승은 낮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서 출발하는 화물 운임이 오른 것이 글로벌 운임까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제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고 설명했다.
팬티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피스테젠은 해운운임이 오르는 것이 언젠가는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겠지만 출고 가격 등을 통해 사전 경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은행 팬뮤러 리버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이먼 프렌치는 소비재 가격이 조금만 반등하는 것에도 중앙은행들은 긴장하면서 통화정책 완화를 중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은 소비재 가격 상승폭이 작을 것으로 보고 쉬운 길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의 해운운임이 계획을 무산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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