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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 69명 입건…청탁금지법 위반 첫 적용

'사교육 카르텔' 69명 입건…청탁금지법 위반 첫 적용
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반민특위), 한국대학교수협의회(한교협) 등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지난 1월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국민 기만하는 사교육 카르텔 척결위한 국민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현직 교사와 대형 입시학원과의 유착관계를 수사해 온 경찰이 현직 교원 46명, 학원 관계자 17명(강사 6명) 등 총 69명을 입건했다. 지난해 교육부와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후 첫 송치다. 현직 교사들의 문항 판매 행위에 대해 청탁금지법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22일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해 총 69명을 입건해 이 중 현직 교사 2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수능출제위원 출신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5명은 불송치했으며, 40명은 아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교육 카르텔 사건은 총 24건으로 교육부 수사 의뢰 등 5건, 감사원 수사 의뢰 17건, 자체 첩보 2건으로 나뉜다.

1차 송치 대상자를 범죄 유형별로 나누면 문항판매 14명, 문제유출 1명, 자격위반 19명이며 10명은 혐의가 중복 적용됐다. 또한 24명 모두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현직 교사다. 입건 대상자 전체로 보면 69명 중 현직 교원은 46명(범행 후 퇴직자 2명 포함), 학원 관계자는 17명(강사 6명 포함), 기타 6명이다. 기타 6명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관계자 4명과 입학사정관 1명이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2019년 4월부터 작년 11월까지 대형 입시학원 등에 수능 관련 사설 문항 수천개를 제작·제공한 대가로 2억5천400만원을 수수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문항판매)로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2022년 5월께 평가원이 주관하는 2023학년도 6월 수능 모의평가의 특정 과목 검토진으로 참여해 알게 된 출제정보를 활용, 11개 문항을 제작해 모의평가 시행 전 사교육업체 2곳에 판매한 사실(문제유출)도 확인돼 위계공무집행방해, 정부출연기관법위반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A교사는 EBS 교재 출제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현재도 교사 신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를 포함해 문항판매 혐의로 송치된 14명 중 11명은 사교육업체에 수능 관련 사설문항을 제작·제공한 대가로 금원을 수수했다. 문항당 판매 가격은 평균 10만원 내외이고 최대 20만∼30만원짜리도 있었다.

다른 3명은 특정 학원에 독점적으로 사설문항을 제공하기로 약정한 후 최대 3천만원의 전속(독점)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 교사는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범행했으며, 문항판매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겸직근무 위반 등 징계 사유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교사는 문제유출과 관련해 '모의평가와 출제한 문제 간 유사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전문가 감정 등을 토대로 유사성을 확인해 혐의를 적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직 교사들의 문항 판매 행위에 대해 청탁금지법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국수본은 문항 판매 시 평가원 주관 출제본부 입소가 불가함에도 허위의 자격심사자료를 작성·제출해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19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1차 송치 대상자에는 논란이 됐던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 관련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은 수능 영어 23번 지문과 똑같은 지문으로 사설 모의고사 문항을 만든 입시업체와 해당 강사 B씨, B씨와 공모한 교사·교수를 상대로 수사를 아직 진행 중이다.

국수본은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계속해서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 수사 중인 나머지 사교육 카르텔 사건 40명에 대해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고,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입시 절차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건전한 교육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실효적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