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의 무료급식소 전경. 직원들이 식사 준비에 한창이다./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상추나 시금치는 내놓기가 겁나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한 무료급식소의 사무총장 고모씨(55)가 이같이 말했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에 취약계층이 주로 찾는 무료급식소 운영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기부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고씨는 "고온과 장마 여파로 최근 야채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금 부담이 월 20%가량 늘었다"며 "반찬에 야채 비중이 많은데 대체 방안도 없다"고 전했다.
"저렴한 야채 위주로 식단 짠다"
이날 무료급식소가 준비한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채를 썬 계란 지단과, 볶은 콩나물, 채 썬 상추, 다진 고기가 들어간 고추장 등이 주방 한 쪽에 준비돼 있었다.
고씨는 "최근 이어진 장마로 인해 상추가 녹다 보니, 상추 가격이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1박스에 12만원 정도 한다"며 "상추가 비싸다 보니 평소보다 상추를 조금 준비하는 대신 콩나물과 같은 날씨를 타지 않는 야채를 더 많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무료급식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인근에 또 다른 급식소를 운영하는 A씨(60대)는 "장마가 기간에는 푸른 채소 등의 가격이 높아진다"며 "평소에는 시금치 볶음 같은 것을 많이 내놓는다면 요즘에는 감자조림이나 고구마줄기 무침 같은 비교적 저렴한 채소들 위주로 식단을 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이 등 저장이 가능한 채소는 가격이 저렴할 때 미리 사서 냉동 보관한 다음 내놓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2107원으로 1주일 만에 56.3% 올랐다. 1달 전의 891원보다 136.4% 오른 수치이고 1년 전보다 16.5% 높은 수준이다.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에 1675원인데 1주일 전보다 17.5% 상승했고, 평년보다 53.5% 오른 가격이다.
"한달 비용 20% 늘어"
무료급식소는 물가가 오르면 반찬 수를 조정하거나 비싼 식재료 사용을 줄이면서 버틸 수밖에 없다. 기부금 이외에 별다른 수익이 없어서다. 고씨는 "1달 지출비용이 2500만원 정도가 나가는데, 장마가 시작되면 야채값이 뛰어 평소보다 20% 상승한 3000만원 정도를 지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야채 가격이 너무 비쌀 때는 카레라이스나 짜장밥을 하면서 버티기도 한다"며 "당근이나 호박 가격이 높으면 감자를 많이 넣고, 감자 가격이 뛰면 호박이나 당근 등 다른 야채를 많이 넣으며 수급 조절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물가가 오르면 취약계층이 많아지기 때문에 무료급식소는 수요 증가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버텨야 한다.
이날 급식소를 찾은 70대 최모씨는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갈수록 무료급식소의 줄이 길어지고 있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무료급식소가 운영이 되고 있어서 다행인데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 무료급식소 운영이 중단될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한 노인이 찾을 곳은 무료급식소 밖에 없다"고 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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