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중국 인민대 박사과정 학생 왕디. 출처=웨이보
[파이낸셜뉴스] 중국 베이징의 명문대학인 인민대 박사과정 학생이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하며 성관계를 요구한 지도교수를 실명으로 고발했다.
23일 중국신문망, AP통신 등에 따르면 인민대 문과대학 박사과정 학생인 왕디씨는 지난 21일 오후 자신의 지도교수인 왕모 교수의 성추행 등을 고발하는 영상을 SNS 웨이보에 올렸다.
왕씨는 고발 영상에서 왕 교수의 성추행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채팅 기록과 녹취록 등 관련 증거를 제시했다. 이어 학교 측에 여러 차례 제보를 시도했지만, 반응이 없어 인터넷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자신의 신분증을 들어 보인 왕디는 "인민대의 전 부학장이자 전 공산당 대표였던 지도교수가 육체적, 언어적으로 학대했다"라며 "내가 지도교수의 성적 접근을 거부하자 2년 넘는 시간 동안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고 꾸짖으며 졸업을 막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고발한 왕 교수는 1959년생으로 베이징사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공산당원으로서 런민대 문과대학 당서기와 부원장을 지냈다.
왕디는 괴롭힘의 증거라며 2022년 5월 교수가 사무실로 와달라고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와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한 남성이 여성에게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려고 하자 여성이 “안 돼요, 선생님”이라고 계속 말하며 저항하는 음성이 담긴 파일이었다.
왕디는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고, 물러설 곳이 없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며 해당 교수를 처벌하고 새로운 지도교수를 임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하루 만에 왕디의 게시물은 220만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많은 이들이 왕디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았다.
인민대는 폭로가 나온 지 하루 만인 22일 문제가 된 교수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인민대는 웨이보에 올린 성명을 통해 "조사 결과 교수에게 불거진 의혹은 사실이었다"라며 "가르치는 본래의 사명을 심각하게 배신한 해당 교수의 행위는 당 규율과 학교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를 교수직에서 해고하는 것 외에도 공산당원 자격을 박탈하고 법에 따라 당국에 이번 사건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몇몇 사건 이후 최근 몇년 간 '미투운동'이 드물었다.
지난 6월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 중국 언론인이 국가 전복·선동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에는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웨이보를 통해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가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기도 했다. 당시 중국 정부에 의한 감금설까지 퍼져, 세계테니스협회측에서 그녀를 찾는 공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펑솨이의 폭로 게시물은 불과 20분 만에 삭제됐고, 이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엄격하게 검열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