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한 대결 구도 수습이 먼저
지방선거, 대선 등 정치일정 산적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23일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과반 득표로 선출됐다. 당원 대상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80%, 20% 비중으로 반영한 결과다. 최고위원 4명과 청년최고위원 1명도 뽑혔다. 한 대표는 앞으로 2년 동안 정책과 예산, 인사에 관한 권한을 갖고 국민의힘을 이끌게 된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역대 최악의 후보 간 비방과 폭로전으로 얼룩졌다. 특히 이른바 '김건희 여사 문자' '공소 취소 청탁'이 공개된 뒤 같은 당의 리더들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상호 막말성 공격으로 혼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선거가 끝났지만 상당 기간 후유증이 따를 것이 분명하다.
이번 선거는 현재 권력인 친윤(친윤석열)과 미래 권력인 친한(친한동훈)의 대결로 규정할 수 있다. 결국 지지 당원과 국민의 선택은 한 대표였고, 국민의힘으로서는 국민의 지원을 업은 한 대표 단일체제로 당을 운영하게 됐다.
한 대표는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와 곧이어 닥치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국회의원을 한 적도 없는 등 정치 경험이 일천한 한 대표로서는 조속히 당의 분위기와 구성원, 업무를 파악해 차질 없이 당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
한 대표는 주지하다시피 각종 특검, '명품백 사과' 등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앞으로 한 대표는 자신만의 신념과 색깔로 당을 이끌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대통령과 당 대표의 갈등과 분열, 즉 친윤과 친한의 대결이 지속될 경우 당의 지지도와 신뢰는 더 떨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검찰 조사 장소를 둘러싼 논란이 부상함으로써 당 내부는 물론 대통령과 당의 알력은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는 대통령실과 여론, 당의 사이에서 대립보다는 통합과 균형을 위해 힘써야 한다. 바로미터는 물론 민심이다. 오직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으로 민감한 사안을 판단해 여당 지지도를 올려야 한다.
한 대표 앞에 놓인, 무엇보다 거대한 장벽은 야당의 입법폭주다. 절대적 다수의석 앞에서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맞서고 있지만, 낮은 지지율에서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는 부담이 클 것이다.
한 대표는 폭주 기관차와도 같은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막말에 막말로 맞서는 극한대결로는 여당의 입지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승복하지 않을 수 없는 논리로 국민의 지지를 구하고, 야당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노골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는 야당의 움직임에 조금이라도 동조한다면 당은 쪼개지고 말 것이다. 거대 야당에 맞서려면 먼저 당정 갈등을 수습하고, 하나의 생각과 목표를 가진 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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